中, 대대적 무력 증강.. 그뒤엔 1996년 '타이완 해협의 굴욕' 있다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하면, 미국은 타이완을 지키러 올까.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27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 “(그러리라는) 믿음(faith)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대사로 임명된 니콜러스 번스는 22일 미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타이완 위기 시 명확한 미군 개입’ 선언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지난 40년간 지속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면서 우리가 타이완 방어를 돕는 능력을 갖고 있는 현 상황이 더 (중국 억제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모두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나리오에 대해 미국이 고수해 온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를 둘러싼 발언이었다.
미국은 1955~1979년까지 타이완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 그러나 1979년 중국과 외교 정상화를 하면서 같은해 타이완과 맺은 ‘타이완관계법(TRA)’에선 타이완 방어를 약속하지 않았다. 다만 TRA는 “미국은 불매(不買)운동이나 경제 제재를 포함한 비(非)평화적 수단으로 타이완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서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되며, 중대한 우려 사항으로 간주한다”고 했고 “미국은 타이완을 지키러 올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타이완의 안보를 위해 무기를 제공할 것”이란 점을 명시했다. 타이완은 이 법에 따라, 해마다 수십억 달러 어치의 미군 무기를 구입했다.
◇중국이 군사력 한계 뼈저리게 느낀 1996년 타이완 해협 위기
1995년 여름부터 이듬해 3월까지 중국은 미국과 타이완에 단단히 화가 났다. 미 국무부는 코넬대 모교의 초청을 받은 리덩후이(李登輝) 타이완 총통에 대한 비자 발급을 불허했다가, 그해 7월 의회의 결의에 밀려 번복했다. 이듬해 3월말 타이완은 최초로 직접 선거로 총통을 선출했다. 중국은 “리 총통에 대한 비자 발급이 미‧중이 합의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어긴 것”이라고 반발했고, 타이완의 직접 선거는 중국에서 쪼개져 나가려는 획책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1995년 8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수차례 타이완 섬을 가로지르는 미사일을 쏘고 타이완 해협에서 실탄 훈련을 했다. 또 타이완 해협 맞은편 푸젠성에선 타이완 침공을 가정한 상륙 훈련을 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타이완 주변 해역에 대한 봉쇄 조치도 했다.
그러자 3월, 미국은 베트남 전쟁 이후 최대의 무력시위를 했다. 니미츠‧인디펜던스 두 항모(航母) 전단(戰團)을 타이완 주변에 배치했고, 니미츠 항모는 타이완 해협을 보란 듯이 가로질렀다. 중국은 ‘제3차 타이완 해협 위기’로 불리는 이 사건을 겪으며, 당시 중국의 군사력으론 타이완을 방어하려는 미 군사력을 당해낼 수 없음을 철저히 깨달았다.
◇'전략적 모호성’ 수명 다했나?
유사시에 미국이 타이완을 지키러 올 수도 있다는 이 의도적인 ‘전략적 모호성’은 지난 40년간 중국의 타이완 침공을 막는 것뿐 아니라, 타이완의 ‘독립’ 의지를 꺾는 데도 주효했다. 2003년 천슈이볜 타이완 총통이 ‘타이완 독립’을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려고 하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해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백악관에서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현상(現狀)을 바꾸려는 중국이나 타이완, 어느쪽의 일방적인 행동도 반대한다”며 “일방적인 결정[타이완 독립]을 하려는 타이완 지도자의 말과 행동에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 ‘전략적 모호성’이 더 이상 중국을 억제하는 데는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이 점차 커진다. 무엇보다도 1996년 ‘굴욕’을 계기로, 중국은 이후 25년간 미국의 무력 지원을 차단할 군사력을 엄청나게 증강했기 때문이다. 타이완 유사시 전투기와 폭격기를 띄울 괌과 하와이의 미군 기지들은 이제 모두 중국의 정밀 탄도미사일 사정권 내에 있다. 또 미 항모는 이제 작전 시 ‘항모 킬러’로 알려진 중국 DF-21D, DF-26 탄도미사일과, 대함 탄도미사일을 장착한 H-6 폭격기 등의 위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앞으로도 타이완 위기에서 ‘승리’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타이완 개입 실패하면 ‘대영제국 해체’ 운명 맞는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타이완 침공에 무대응하면, ‘아시아로 선회(pivot to Asia)’를 외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은 한국‧일본과 같은 동맹국들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 대부분에게 신뢰성을 잃게 된다. 친중(親中) 쏠림 현상이나, 동맹 와해, 독자적인 핵개발 등 미국으로선 재앙적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경우, 마치 1956년 이집트 정부의 국유화 조치에 수에즈 운하를 빼앗겼던 대영제국이 이후 제국 해체와 파운드화 쇠락을 겪었던 것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는 한 전문가의 진단을 소개하기도 했다.
톰 틸리스를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과 리처드 하스 미 대외관계협의회(CFR) 회장을 비롯한 미 안보전략가들은 이제는 타이완을 지킨다는 “전략적 명확성”을 천명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이 전략적 명확성은 “평화적 수단으로만 타이완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전제 위에서 외교 정상화를 한 미‧중 관계나, ‘하나의 중국’ 원칙에도 부합된다는 것이다. 즉, ‘전략적 명확성’을 통해 미국은 양안 관계의 궁극적인 결과에는 특정한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서도 그 해결 과정은 ‘평화’적이고 ‘합의’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말뿐 아니라, 이 지역의 미 공군‧해군력을 확충하고 분산 배치해 중국의 공격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해야 한다. 또 타이완 침공 시,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시진핑 주석은 자신과 공산당 지배의 합리성을 ‘지속적인 성장’에 두고 있다. 또 시 주석은 타이완 ‘재통합’을 자신의 위업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중국의 경제 성장기반을 뒤흔들고 타이완 ‘재통합’ 시도를 매우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미국의 ‘분명한 억지력’이야말로, 중국이 타이완 침공을 재고(再考)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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