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법리적 이익 없어".. 與 사법부 흔들기도 제동

박현준 2021. 10. 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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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과 관련해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은 탄핵심판의 법리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임했더라도 탄핵심판을 인용하면 향후 사법부 독립을 저해할 행위들을 방지할 수 있는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탄핵소추에 앞장 선 판사 출신의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헌재가 (임 전 부장판사의) 임기만료를 이유로 본안 판단 자체를 회피한 것은 극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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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탄핵심판 각하' 근거·배경
"국회 탄핵소추, 견제성격 있지만
심판절차는 법치주의에 따라야"
與 "본안 판단 자체 회피.. 유감"
野 "소추안, 정치적 탄핵 입증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파면 여부 판단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공판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사법농단’과 관련해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은 탄핵심판의 법리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다수당의 힘을 배경으로 탄핵소추를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사법부를 흔드는 데에 탄핵소추 제도를 활용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8일 헌재 판결 요지를 종합하면 다수 의견으로 ‘각하’ 결정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이미선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임한 상태라 파면 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들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탄핵심판의 이익이란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기 위해 심리를 계속할 이익”이라며 “파면할 수 없어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이익은 소멸하게 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들은 국회가 탄핵소추를 이용해 사법부를 견제하더라도, 실제 공직을 상실시킬지는 엄격한 법적 판단이라는 한계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관들은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는 국가기관 사이의 권력분립 원칙에 따른 견제의 성격이 있지만, 탄핵심판 절차는 사법절차에 의해 법치주의에 따라 파면하는 규범적 심판 절차”라고 설명했다. 헌재가 정치권력이 탄핵소추 제도로 사법부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라고 분석이 나온다.

다수 의견은 아울러 “탄핵 결정으로 부수적으로 공직 취임 제한 효력이 따라 나오지만 해당 공직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할 수 있도록 유추해석하는 건 공무원 임명자격을 부당하게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다수 의견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은애 재판관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이미선 재판관도 합류했다. 다만 이미선 재판관은 각하 판단을 내리면서도 탄핵을 할 수 없는 이유가 현행법상 제한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인용’ 소수 의견을 내면서 ‘사법농단’과 관련해 사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은 “헌재가 재판 독립의 의의나 법관의 헌법적 책임 등을 규명하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관 독립 침해 문제를 사전에 경고해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임했더라도 탄핵심판을 인용하면 향후 사법부 독립을 저해할 행위들을 방지할 수 있는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재판 개입 행위가 실제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산케이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청와대와 긴밀히 소통한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이 재판에 개입한 정황도 확인됐다”며 “재판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했고, 사법부 내 어느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재판 절차에 사법행정권자가 개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파면 여부 판단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공판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민주당과 일부 판사가 강력히 추진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피의자들이 법원에서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헌재 탄핵소추를 강행한 만큼 예상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임기만료를 앞둔 지난 2월 초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여 찬성 179표 대 반대 10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헌재가 법리에 충실한 합리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며, 존중한다”고 밝혔다. 전 원내대변인은 “이로써 지난 2월 민주당 및 범여권 의원들이 주도한 헌정사 첫 법관 탄핵소추안 가결은 정치적 탄핵이었음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탄핵소추에 앞장 선 판사 출신의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헌재가 (임 전 부장판사의) 임기만료를 이유로 본안 판단 자체를 회피한 것은 극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재판관 3인의 소수의견을 들어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고 판단했다”며 결정 이유로나마 양승태 사법농단이 중대한 헌법 위반범죄였음을 최고 헌법해석 기관이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청윤, 장혜진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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