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면 대구였는데..이젠 '강원도 사과'가 최상품
무·배추 재배하던 강원 고랭지
사과 농장 10년 동안 5배 늘어
대구는 폭염에 사과농사 힘들어
10년마다 연평균 0.2도 상승
전남 해남은 파인애플 산지로
"기후변화 버티는 종자 육성을"
◆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 /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 ② ◆
지난달 13일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해발 550m 위 고랭지 농장에선 무·배추 대신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를 수확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13년 전까지만 해도 강원도 대표 작물인 무·양배추 등 고랭지 작물을 재배했던 곳이다. 하지만 현재는 사과나무가 1만㎡ 규모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농장 주인 김건영 씨(65)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를 따라 이곳에서 60년 가까이 농사를 지었는데, 그때는 옥수수와 콩이 전부였다"며 "이후 몇십 년간 고랭지 배추 등을 성공적으로 재배했지만, 기온이 올라가면서 2008년부터 사과 농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계면 곳곳에선 대규모 농장 외에도 개인 주택이나 식당, 카페마다 사과나무를 심어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임계농협에도 명절 선물용으로 배송되는 사과 박스가 쌓여 있었다. 농협 관계자는 "임계에서만 매년 1500t가량의 사과가 재배되고 작황이 좋아 귀농해서 사과 농장을 꾸리는 외지인도 많아졌다"며 "요즘엔 사과의 주 재배지였던 경북 안동에서도 임계 사과를 최고로 쳐준다"고 자랑했다.
반면 무·배추 등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곳은 2010년 2025㏊에서 지난해 995㏊로 반 토막 났다. 특히 올해 강원도 고랭지 채소 재배 농가는 코로나19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가을장마와 이상기후로 인한 병해충에 배추가 썩는 일이 많았고, 코로나19로 식당과 학교급식 물량마저 줄어들어 가격이 평년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농사를 지을수록 오히려 적자가 나 밭을 갈아엎을 정도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대로 기온 상승이 이어진다면 2090년 강원도 태백에서 고랭지 배추 재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씨는 "배추 농사를 할 당시엔 기온이 변해 경영비가 많이 들어가고 가격도 들쑥날쑥해지다 보니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어려웠다"며 "재배면적이 줄어들거나 기후 영향을 받아 병해충 피해를 입으면 가격이 뛰기도 하고, 과잉 생산을 하거나 작황이 너무 좋아 재배면적이 5%만 늘어도 값이 떨어져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근 30년(1991~2020년) 동안 과거 29년(1912~1940년)에 비해 연평균 기온이 1.6도 상승했다. 1912년부터 109년간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2도 올랐다. 기온이 상승하면 폭염·호우 등 이상기후가 빈발하고 병충해가 늘어나 농업 분야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는 사과와 배는 80년 후엔 우리나라에서 실종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21세기 말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4.7도 올라가 아열대 기후로 변하게 되면 쌀 수확량이 25% 이상 감소할 수 있으며, 옥수수는 10∼20%, 여름감자는 30%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마늘·양파 등을 생산하던 전남 해남군은 이미 파인애플, 애플망고 등 아열대 작물 산지로 변신하고 있다. 전국 평균기온보다 약 1도 따뜻한 해남은 2025년 이후에는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해남의 180여 농가는 무화과·참다래·바나나·애플망고 등 16개 아열대 작목을 125㏊ 규모로 재배하고 있다. 해남은 2019년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조례까지 제정해 아열대 농업 활성화에 매달리고 있다. 최근엔 농업 분야 기후변화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기후변화대응센터 설립 용지로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김용환 서울대 농생명과학대학 교수는 "기후변화를 버티는 힘을 기르기 위해선 농업 분야의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유전자 편집 기술 등을 이용해 강한 종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선 = 김금이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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