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쟁점화..'주4일제' 공약 뜰까

최하얀 2021. 10. 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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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이재명 "공약 이르지만 논의 불가피"
심상정 "임금 삭감없는 주4일제" 공약
야당 반대속 홍준표 "노인에겐 필요"

OECD 평균보다 1달 더 일하는 한국
주 52시간제 완전 안착이 우선 과제 조언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에서 협동로봇 활용 프로젝트관의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고양/공동취재사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 4일 근무제로 대표되는 ‘노동시간 단축’이 정책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제1공약으로 ‘주 4일 근무제’를 내세운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8일 “창의와 혁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노동시간 단축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당장 공약으로 하기엔 이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주 4일제 도입 여부가 대선 국면에서 주요하게 논의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후보는 이날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로봇산업 전문전시회 ‘2021 로보월드’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닥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논의 주제로 (주 4일 근무제를) 이야기할 때가 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인류 역사를 보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산성이 향상되고, 노동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며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생산성 강화로 처우를 개선하는 경로를 밟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을 하고, 가장 산업재해율이 높고, 가장 노동의 양극화가 심한 사회”라고 진단한 뒤 “당장은 어렵겠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꾸준히 진행되다 보면 어느 시점에선가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금 당장 공약으로 만들어 국가 정책으로 시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조금 이르다는 느낌이 든다”면서도 “결국 어느 시점에서 주 4일제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서의 주 4일제 도입에는 선을 그었지만, 노동 시간 단축은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총선 당시 주 4.5일제를 당 차원의 공약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 구조와 재택근무·탄력근무 확대 등 사회적 변화 흐름에 따라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총선 당시 논의한 것은 월 1회 반차 등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이었다”며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하지만, 검토는 해왔던 부분이어서 이를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일찌감치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공약 전면에 내세웠다. 심 후보는 “주 4일제는 경제 선진국의 시민으로서 당연히 요구해야 할 권리”라고 한 바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30∼40대 일하는 여성들이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이날 복지공약 발표회에서 “노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주 4일 또는 시간 선택제 등 유연한 근무 방식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사회 전반에 적용하기엔 조금 시기 상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의 2019년 평균 한해 노동시간 1726시간에 견줘 한국은 241시간이 많은 1967시간 일한다. 하루 8시간 노동으로 계산하면 약 1달을 더 일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주 4일제 도입의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삭감과 기업의 생산성 저하 가능성, 업종별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단시간 안에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현재 상황에서 주 4일 또는 주 4.5일제 정도를 해야 오이시디 평균 수준이 될 것이라, 정치권에서 떠오른 주 4일제는 중요한 화두로 다뤄져야 한다”며 “다만 예외 사업장 허용 등으로 아직 안착하지 못한 주 52시간제를 먼저 매듭 짓고, 업종별 특성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점차적으로 주 4일제로 나아갈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030 세대가 본인(이재명 후보)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 조급한 나머지 표를 얻어보겠다고 유혹하고 있다”며 “주 4일제의 달콤한 가면을 찢으면 임금 삭감과 함께 기업 경영 환경의 열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최하얀 오연서 송채경화 조윤영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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