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퇴직, 파면 불가"..임성근 탄핵 각하

홍혜진,김형주 2021. 10. 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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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사상 첫 법관 탄핵안 결정
재판관 9명중 5명 각하 의견
"신분 박탈 안돼 실익 없다"
임성근 "합리적 결정 감사"
탄핵소추 발의주도 이탄희
"판단 회피로 헌법수호 포기"
사상 첫 법관 탄핵 사건이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됐다. 헌재는 후배 법관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던 중 탄핵 심판대에 오른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이미 퇴직한 상태로, 탄핵 심판을 통해 박탈할 법관 신분을 갖추지 않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임 전 부장판사의 임기가 끝나서 파면할 수 없으니 국회의 탄핵 청구에 대해 판단하지 않겠다는 결론이다.

헌재는 28일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사건 선고기일에 재판관 5명 다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재판관 3명은 '인용' 의견, 1명은 '심판 절차 종료' 의견을 냈다. 탄핵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인용 의견이 필요하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이미선 헌법재판관은 "임기가 만료된 법관을 대상으로 법관 신분을 박탈하는 파면 선고가 불가능하므로 본안을 판단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각하 의견을 냈다. 이들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탄핵 심판의 이익이란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기 위해 심리를 계속할 이익"이라며 "파면할 수 없어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탄핵 심판의 이익은 소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용 의견을 낸 유남석·이석태·김기영 헌법재판관은 "피청구인의 임기 만료 근접 시기에 이뤄진 위헌, 위법 행위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통한 탄핵 심판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크며, 피청구인의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인지 규명하는 것은 파면 여부 자체에 대한 판단 못지않게 탄핵 심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본안 판단에 나아갈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피청구인이 퇴직해 법관 신분을 상실한 지난 3월 1일부로 탄핵 심판이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심판 절차 종료 의견을 냈다.

임 전 부장판사는 탄핵 소추안이 의결되고 탄핵 청구가 이뤄진 2월 4일에는 법관 신분이었지만, 같은 달 28일 임기가 만료돼 3월 1일부로 법관직을 내려놨다. 탄핵 소추된 판사는 자의로 사직할 수 없지만, 임 전 부장판사는 법관 임기 10년을 마치고 임기 만료로 퇴임해 '전직 판사' 신분으로 탄핵 심판을 받게 됐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이던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가 임 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지난 8월 2심도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임 전 부장판사에게 일선 재판부의 재판 업무를 지휘·감독할 권한이 없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를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는데, 국회는 지난 2월 4일 1심 재판부의 지적을 근거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의결했다. 국회 측과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친 헌재 변론에서 이미 퇴직한 법관을 상대로 법관 신분을 박탈하는 탄핵이 가능한지를 놓고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국회 측은 임 전 부장판사가 임기 만료로 파면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각하 결정을 내린다면 헌법 가치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고,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이미 퇴임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심판은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탄핵 소추안 발의를 주도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고 직후 "다수 의견은 본안 판단을 회피함으로써 헌법 수호 역할을 포기했다"며 "극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명백한 재판 개입 행위, 헌법 위반자에 대해 임기 만료를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재판 게이트 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양승태 사법농단은 헌정사에서 비극적인 사건으로, 다시 반복되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임 전 부장판사는 선고 결과에 대해 "법리에 따라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주신 헌법재판소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저로 인해 오해와 논쟁을 초래해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홍혜진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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