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좌절된 盧 종전선언 꿈..文, 다시 불지핀다

임성현 2021. 10. 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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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포커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사실은 2007년 10·4 공동선언에서 3자 또는 4자에 의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이미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제안한 뒤 남북관계 경색 국면과 동떨어진 대북 제안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처럼 반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 이후에 비핵화라는 상황이 더해졌기 때문에 어떤 시기에 비핵화 협상과 연결시킬지 한미 간 협의해온 것"이라며 "이제 다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기 때문에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2018년부터 매년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밝혀왔다. 종전선언이 남북관계 개선의 종착역인 '평화협정'은 물론 비핵화로 가기 위한 '입구'라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으로 들어가자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비핵화협상의 출발점이자 남북, 미·북 대화의 촉진제로 종전선언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깊숙이 관여했던 노무현정부 시절 지금과 똑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한미 간 종전선언이 처음 언급된 것은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에서다. 미국의 입에서 처음 종전선언이 언급되면서 한국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 전하고 긍정적인 답을 받아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종전선언을 비핵화 이후 평화협정으로 해석하면서 한국은 물론 북한과 심각한 의견 차를 드러냈고 결국 무산된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15년 전 이루지 못했던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적 조치인 종전선언에 또다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했다. 같은 해 6·12 미·북정상회담에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종전선언을 약속하면서 사실상 '서명'만 남겨둔 것으로 여겨졌지만 미국이 선(先)비핵화를 들고나오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미국을 설득하는 데 안간힘을 썼지만 종전선언보다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미국과 결국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북한의 1인자를 가장 많이 만나며 이례적인 남북 정상 간 소통을 보여줬지만 2019년 '하노이 노딜'로 미·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남북관계 역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문 대통령으로선 임기를 불과 6개월여 남겨둔 상황이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시계를 다시 돌려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다. 특히 종전선언의 '불씨'를 다시 살리려는 것은 5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대북정책의 레거시(유산)를 남기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통신선 복원이라는 첫 번째 징검다리가 놓였고 그렇게 협의하다 보면 남북영상회담, 종전선언, 남북정상회담, 평화체제 구축으로 한반도 평화라는 강 너머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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