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이어 여가부도 여권 대선 공약 발굴?..하태경 의혹 제기
[경향신문]
산업통상자원부에 이어 여성가족부에서도 직원들을 동원해 여당 대선 공약을 발굴하도록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윤석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부에 이어 여가부도 직원들을 시켜서 대선 공약을 몰래 만든 증거를 확보했다”며 여가부 차관 주재 정책공약 회의 내용이 담긴 내부 이메일 사본을 공개했다. 발신자는 여가부 기획조정실 관계자, 수신자는 과장급 직원 약 11명이었다고 한다.
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 7월29일쯤 차관 주재로 과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책공약 회의’를 열었다. 7월30일 여가부는 “실국별로 조금 더 깊이 고민하고 제출할 필요가 있다”며 8월3일까지 수정자료를 제출하라는 메일을 보냈다. 주의사항으로 “과제 관련 외부 회의, 자문 구할 시에는 ‘공약’ 관련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 일체 나가지 않도록 하며, ‘중장기 정책과제’로 용어 통일할 것”이라고 나와있다. 하 의원은 “행정부의 정치 중립 위반 문제를 충분히 의식하고 입단속 시켰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앞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지난 8월 산업부 직원들에게 ‘공약으로서 괜찮은 느낌이 드는 어젠다를 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다. 정권 교체기 부처 이익을 대변하고 차기 정권에 ‘줄 대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8일 “매우 부적절하다. 차후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질책했다.
하 의원은 “문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산자부 차관에 부적절하다고 경고했지만 여가부 차관도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며 “청와대가 배후였으니 차관들이 마음 놓고 대선공약을 개발해 여당 뒷바라지 노릇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 의원은 “문 대통령은 산자부·여가부 장·차관을 즉각 경질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진 관권 선거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이날 오후 설명자료를 내고 “포용적 사회 구현이라는 국정 목표 달성을 위해 성평등 환경 조성, 다양한 가족 존중, 청소년의 안전하고 행복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개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당시 추진된 내부 회의는 여성·가족·청소년 분야 중장기 정책과제 개발을 위한 것으로 특정 정당의 공약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정책과제를 뽑는 과정에서 한 회의로 특정 당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라며 “(공약이라는)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방지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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