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 주웠더니 '용돈' 받고 환경보호까지"

서울앤 2021. 10. 2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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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담배꽁초 수거보상제, 환경부 재활용 시범사업으로 연계 추진

[서울&] [자치소식]

강북구가 담배꽁초로 생기는 환경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지난 3월 수거보상제를 서울에서 처음 시행했다. 9월엔 환경부와 담배꽁초 재활용 시범사업 추진으로 이어졌다. 내년 5월 나올 시범 사업 결과를 토대로 전국 확대 여부가 검토될 예정이다. 1 수유3동 주민센터에서 정명수씨가 한 달 동안 모아 말린 꽁초를 접수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쓰레기가 아닌 자원’으로 활용하게

3월부터 꽁초 모아온 주민에 보상

9월에는 환경부와 시범사업도 협약

결과에 따라 ‘확산 모델’로 검토될 듯

강북구 수유3동 주민 정명수(66)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동네 개천가나 먹자골목으로 나간다. 담배꽁초를 줍기 위해서다. 그는 3월부터 시작한 강북구의 담배꽁초 수거 보상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월14일 오전 정씨는 꽁초가 가득 담긴 커다란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수유3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한 달 동안 모아 집 옥상에서 말린 꽁초 무게는 4.9㎏이었다. 동 주민센터의 원성민 주무관은 “(월 한도 3㎏보다) 1.9㎏ 더 많네요. 다음달 실적으로 넘겨드릴게요”라며 확인서를 보여주고 정씨에게 서명하도록 했다. 정씨는 “실내에서 담배 피우기가 어려워 그런지 길거리에 꽁초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며 “꽁초 줍기로 약간의 용돈도 생기고 동네가 깨끗해져 기분 좋은데,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정씨가 거리에서 꽁초를 줍는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담배꽁초는 해양 미세플라스틱과 도시 오염의 주범이다. 꽁초의 필터는 버려진 뒤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바다를 오염시키고 바다 생물을 해친다. 꽁초는 일반쓰레기라 별도 회수체계가 없어 길거리 아무 데나 버려지고 있다. 특히 거리 빗물받이를 막아 폭우 때 빗물 역류 현상을 일으키는 경우도 적잖다.

강북구는 2011년부터 ‘청결 강북’ 범구민 운동을 펼쳐오면서 빗물받이 하수구에 ‘꽁초 거름망’을 설치하는 등 버려지는 담배꽁초로 생기는 환경 문제 해결에 노력했다. 하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한 걸음 나아가 ‘꽁초를 쓰레기가 아닌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바꿔보자’며 수거보상제 시행에 나섰다.

구는 지난 3월 서울에서 처음 수거보상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지난해 예산은 확보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주민센터에서 주민(만 20살 이상)의 참여 신청을 받고, 간단한 교육을 한다. 참여 주민은 각자 중점 지역을 맡아 틈나는 대로 주워 모으면 된다. 수거는 수요일, 목요일마다 주민센터에서 한다. 현재 보상금은 1g당 20원, 월 최대 3㎏에 6만원이다. 보상금 지급 최소 무게는 200g(약 400개비, 4천원)이다.

번동 강북 재활용선별처리장에 쌓인 각 동의 수거 담배꽁초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초기 성과는 양호한 편이다. 지난 7개월 동안 주민 656명이 참여했는데, 월 보상금 지급액은 3월 50만원에서 9월 7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9월 말 현재 올해 책정된 예산 5천만원 중 60% 정도를 집행했다. 권성훈 강북구 청소행정과 주무관은 “보상금이 폐지수거비와 비슷한 수준까지 가면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할 거라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지자체로도 퍼져가 용산구, 광주광역시 광산구 등이 담배꽁초 수거보상제 시행에 나섰다.

눈에 띄는 성과는 환경부와 담배꽁초 재활용 시범사업 추진으로 이어진 점이다. 강북구는 지난 9월24일 환경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회수·재활용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꽁초 수거에서 선별, 재활용 과정을 시범 운영해보는 사업이다. 구는 회수·집하, (순환센터가 공모 선정한) 민간업체는 이송·선별·재활용을 맡는다. 순환센터는 민간업체를 지원하고, 환경부는 제도 기반을 마련한다. 협약식에서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관계기관과 협력해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담배꽁초 회수·재활용 체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유3동 주민 정씨가 가져온 꽁초는 번동에 있는 강북 재활용 선별처리장(집하장)으로 옮겨졌다. 구는 공공기관, 대형 사업장, 무단투기 지역 등 20여 곳에 수거함을 설치해 담배꽁초를 모을 계획이다. 집하장에 모인 꽁초는 민간업체가 가져가 재활용한다. 꽁초의 플라스틱 필터 분리 뒤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담배 필터의 주요 성분은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으로, 미국·프랑스·캐나다 등에서는 가구와 벽돌 등의 제조에 재활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재활용 시범사업 결과는 내년 5월쯤 나올 예정이다. 협약기관들은 결과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꽁초 재활용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지 검토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외 사례로 확인된 담배꽁초의 재활용 가능성을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하고 그 성과를 토대로 전국 확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이번 시범운영의 최종 목표는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바다를 보호하는 데 있다”며 “담배꽁초 회수·재활용 전국 표준체계 마련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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