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황무성 사퇴 압박' 유한기 2억 수수 정황 포착

이보라 기자 2021. 10. 2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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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관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와 남욱 변호사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소환돼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개발공사 사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 측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혐의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2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김태훈 4차장검사)은 유한기 전 본부장이 김씨와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측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정황을 잡고 사실관계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이 추진될 때 공사 내에서 사업 실무를 전담한 부서장이었다. 공사 내에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2인자인 ‘유투’로 불렸다.

유한기 전 본부장이 2015년 2월 황무성 당시 사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한 사실이 최근 공개된 두 사람의 대화 녹음파일을 통해 밝혀졌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사퇴 압박이 유동규 전 본부장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이 후보의 최측근이던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의 뜻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절대평가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김씨가 대장동 관련 로비를 위해 유한기 전 본부장에게 금품을 건넸다”며 “시점은 2015년 1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유한기 전 본부장 등 대장동 사업의 책임자들이 함께 호주 여행을 다녀온 뒤였다”고 주장했다. 황 전 사장을 몰아내고 화천대유 측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라는 게 원 전 지사의 주장이다.

유한기 전 본부장 측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제기된 의혹을 반박했다. 그는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만배 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다. 당연히 돈을 받은 적도 없다”며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해 명확히 답변드릴 계획”이라고 했다.

황무성 전 사장의 사직을 강요했다는 의혹에는 “황무성 사장님은 사장 재직 당시 사기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고 이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알리지 않았다”며 “도시개발공사와 황 사장님 본인의 명예를 고려해 사퇴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황 사장님이 사퇴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여 유동규 본부장을 거론하며 거듭 사퇴를 권유한 것 같다”면서 “황 사장님이 임명권자를 운운하였기에 정진상 실장과 시장님 등을 거론했던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검찰이 이날 소환 조사한 김씨와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조만간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21일 유동규 전 본부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김씨로부터 70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를 담았는데, 김씨 구속영장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적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처음 청구한 김씨 구속영장에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뇌물 5억원을 제공한 혐의가 적시됐으나 이번에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 곽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등 명목으로 지급한 50억원 등 자금 흐름이 확실한 혐의만 정리해 영장을 받아내려 할 공산이 크다. 검찰은 2015년 6월 곽 의원이 김씨와 대장동 개발 사업 이익금 일부를 사전에 받기로 약속하고 곽 의원 아들 곽병채씨를 화천대유에 입사시킨 것으로 의심한다. 또 곽 의원이 하나은행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당시 곽 의원과 김씨의 통화 내용을 토대로 곽씨 계좌에 대한 추징 보전을 지난 5일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전날 성남시 내부 자료가 저장된 성남시청 정보통신과를 거듭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자료 저장기간이 제한돼 있고 압수수색도 뒤늦게 진행돼 이 후보나 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과 관련된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전담수사팀에 유진승 범죄수익환수부장 등 4명을 충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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