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우 박탈' 전두환·이명박·박근혜도 국가장 가능할까

허고운 기자 2021. 10. 2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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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으론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국가장 대상
전두환 국가장은 여야 모두 반대..법개정 탄력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조문을 하고 있다. 2021.10.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내란죄로 실형을 살았던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지면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전두환(91)·이명박(81)·박근혜(70) 전 대통령의 추후 장례 형식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경우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대로 국가장을 치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장례는 추후 법 개정 여부와 정치 상황에 좌우될 전망이다.

정부는 27일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전직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는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광주시와 5·18 단체,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국가장 결정에 반발했으나 28일 노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과 서울광장 시민분향소에는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노 전 대통령은 과오가 있지만 북방정책, 유엔 가입에 공헌했고 6·29 선언으로 직선제를 정착시킨 공이 있어 사회통합적인 차원에서 국가장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국가장법에 따르면 국가장 대상자는 전·현직 대통령, 대통령 당선인 혹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다.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에 해당된다. 법적으로는 전두환·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국가장 대상이다.

다만 추후 전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군사 반란과 내란 행위로 복역한 점은 노 대통령과 같으나 형량이 전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 노 전 대통령은 17년으로 차이가 있다.

27일 대구 동구 신용동 '용진마을'에 위치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 영정 사진에 헌화하며 조문하고 있다. 2021.10.27/뉴스1 © News1 남승렬 기자

특히 전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달리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사죄 표명을 한 적이 없어 보수 진영의 '용서'를 얻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밖에도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 2628억원을 완납했으나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은 25년째 미납 상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노 전 대통령 빈소에서 "내란 목적 살인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전두환씨가 지금도 반성을 안 하고 광주의 명예를 훼손하면서 재판을 받는다"며 "이런 사람은 국가장을 치를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전 전 대통령 국가장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직후 "국민 정서라는 것이 전두환에 대한 생각과 노태우씨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며 "살아있는 동안 그들이 과오를 반성하는지에 따라 여론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사망을 계기로 여야의 국가장법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에서는 '탄핵을 당한 전직 대통령'이나 '죄를 저지른 사람'을 국가장 제한 사유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그동안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감안하면 이들의 장례는 국가장법 개정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죄를 저지른 사람'이 제한 사유가 될 경우 두 사람 모두 국가장을 치르지 못한다. 국가장 여부는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결정이라는 절차를 필요로 해 정부의 정치적 성향이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여지도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입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경우 노 전 대통령 사망 때보다 훨씬 큰 정치적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사망 시기의 대통령이 누구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범죄의 성격으로만 보면 노 전 대통령보다 약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법 개정 이전 시점이라면 당연히 국가장을 치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이분들이 여전히 살아 계시기 때문에 예측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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