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최고법원, 사법부 독립 훼손한 폴란드에 하루 100만 유로 벌금 물린다
[경향신문]
유럽연합(EU)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27일(현지시간)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국가사법평의회 기능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폴란드에 대해 하루 100만유로(약 13억6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결정은 폴란드 대법원 징계위원회의 기능을 중단하라는 ECJ의 지난 7월 임시 조치 명령을 폴란드가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벌금은 폴란드가 ECJ의 명령을 이행하거나 관련 최종판결이 나올 때까지 매일 부과된다.
ECJ는 성명문에서 “EU 설립 기반이 된 가치와 법적 질서에 심각하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지난 7월 결정한 명령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내려진 조치는 폴란드에 대한 재정적 압박을 가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U는 민주적 가치 후퇴를 경고하며 폴란드에 이미 360억유로(약 49조원) 규모의 코로나19 회복 기금 지급을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ECJ는 폴란드가 체코와 독일 국경 근처의 광산에서 석탄을 채굴할 때마다 매일 50만유로(약 6억8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폴란드는 판사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사법개혁을 추진하면서 EU와 갈등을 겪어왔다. 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은 지난 2017년 판사 임면권을 가진 국가사법위원회 위원 25명 중 15명을 법무장관이 지명할 수 있도록 해 사법 장악 논란이 제기됐다. PiS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9년에는 사법부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징계위원회를 대법원에 설치했다.
이에 EU 집행위는 지난해 1월 사법부 위축이 우려된다며 ECJ에 폴란드 대법원 징계위 기능 중단 명령을 요청했고, ECJ는 지난 7월 징계위 기능을 당장 멈추라는 명령을 내렸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8월 새로운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현재 상태의 징계위원회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이달 초 EU법의 일부가 폴란드 헌법과 양립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EU법 보다 폴란드 헌법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우르술라 폰 데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폴란드가 EU법의 패권에 도전하는 것은 EU의 근본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폴란드 정부는 EU의 협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표트르 뮐러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사법부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은 EU 그 자체가 아니라 EU 회원국들에게 있다”면서 “폴란드에 대한 처벌과 협박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세바스찬 칼레타 법무부 차관은 “ECJ는 폴란드 법을 무시하고 재정적 처벌을 명령할 권리를 남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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