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장려 남발했다가 코로나 확진자 급증한 영국이 주는 교훈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하면서 외식과 숙박, 공연 등 9개 분야 가격을 할인해주는 소비쿠폰 사용을 재개한다.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영세 상인과 경제 회복을 위한 보조금 정책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보조금 정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신중하게 시행하지 않으면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영향을 면밀히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영국에서 시행된 외식 보조금 정책이 코로나19의 확산에 최대 17%까지 영향을 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티모 페처 영국 워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26일 국제학술지 ‘경제학 저널’에 영국의 외식 활성화 정책 ‘잇 아웃 투 헬프’가 코로나19 확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영국은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음식점 영업 중단 등 강력한 봉쇄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영국은 이후 코로나19 확산이 줄어들자 잇 아웃 투 헬프 캠페인을 시작했다. 8월 한달 동안 식사와 음료를 1인당 50%, 최대 10파운드(약 1만 6000원) 할인해줬다. 1일 할인 횟수에는 제한이 없지만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만 할인받을 수 있게 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이를 통해 약 1억 6000만 끼의 식사가 보조금을 받았다. 총 8억 4900만 파운드(1조 3658억 원)가 지출됐다. 연구팀이 예약 서비스 ‘오픈테이블’을 토대로 분서한 결과 이 제도가 시행된 날에는 식당 방문이 10%에서 최대 200%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7월 초 하루 300명대를 유지하던 확진자 수는 9월 들어 급변하기 시작하며 10월에는 하루 2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영국 정부는 11월에 결국 다시 봉쇄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분석 결과 이 정책에 참여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1주일 내로 새로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들은 정책이 종료된 지 2주가 지나야 감염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영국 내 8월에서 9월 초 사이 발견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8~17%가 보조금 정책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티모 교수는 “지난해 8월 이후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연말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며 다시 식당과 숙박 부문이 폐쇄됐음을 감안하면 보조금이 단기 경제적 이익보다 훨씬 큰 간접경제와 공중보건 비용 증가로 이어졌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면밀한 사전 예측없이 시행하려다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여행 소비를 장려한 ‘고투 트래블’ 정책이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정부의 감염병 대응 고문으로 활동한 니시무라 히로시 일본 교토대 공중보건학부 교수 연구팀은 올해 1월 국제학술지 ‘임상의학 저널’에 고투 트래블 캠페인 기간 코로나19 발생률이 시작 전 통제 기간보다 3배 높았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지난해 말 외식과 숙박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소비쿠폰을 지급하며 경제 회복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12월 코로나19 3차 유행이 발생하며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다시 외식, 숙박, 여행, 체육, 영화, 전시, 공연, 프로스포츠 관람, 농수산물 등 9개 분야 쿠폰을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다록 한다는 계획이다.
티모 교수는 보조금 정책이 다시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는 만큼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티모 교수는 “코로나19 경제적 여파를 완화하기 위한 재정적 대응은 역학적 위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렇지 않으면 감염병 진행을 크게 악화시키고 단기적 경제적 이익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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