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 남북미중 논의에 끼워 달라는 러시아..도움될까

장용석 기자 2021. 10. 28. 12: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라브로프, 정의용 만난 뒤 "모든 당사국 참여하는 협상 필요"
6자회담 '실패'에도 재차 개입의사 피력.."집중도 저하 우려"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27일 모스크바 소재 러시아 외교부 영빈관에서 열린 한러 외교장관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러시아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 협의체 구성을 재차 제안하고 나섰다.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러 외교장관회담을 통해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우린 여느 때처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에 대해 상세히 논의했다"며 "우린 역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정치·외교적 해법 외엔 대안이 없다는 걸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회담에선)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협상과정을 재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며 "상호 수용 가능한 장기적 해법을 모색할 땐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모든 당사국'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이날 발언은 과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가동됐던 남북한과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의 이른바 '6자회담'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최근 우리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 간의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해 미국을 상대로 한 '설득'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측 또한 이 논의에 관여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작년 10월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사실 러시아 측이 북핵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과 다자 협의체 구성 필요성을 주장한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계속되던 2017년에도 중국과 함께 마련한 '중·러 공동행동계획'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쌍중단'(雙中斷·북한의 도발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체결의 동시 추진) 원칙을 강조하면서 그 최종단계로서 '다자협정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안보체제 논의' 등을 제시한 적이 있다.

중러 양국은 이후 2019년 12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관련 결의안 초안에서도 Δ대화를 통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한반도 문제 해결과 Δ한반도 및 인근 지역의 긴장 완화 Δ동북아의 평화적 공존과 상호 유익한 지역 협력 지원 등을 위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나 다른 유사한 형식의 다자 협의를 재가동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중러 양국의 이 같은 제안은 남북·북미정상회담 등의 연이은 개최로 모처럼 북한과 한미 간의 '직접 대화' 국면이 조성된 데 따른 소외감에서 비롯된 것이란 해석을 낳기도 했으나,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회견에서 당시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전직 정부 당국자는 "6자회담 때도 핵심은 북미 양자협상이었고, 우리나라와 중국은 중재자 역할을 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그 역할이 제한적이었다"며 "동북아 안보협력 차원에선 러시아·일본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이들이 북핵 협상에 다시 관여할 경우엔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북핵 6자회담 당사국들은 2005년 Δ북한의 핵개발 포기 및 한반도 비핵화 Δ미국의 대북 불가침 의사 확인 등 내용을 담은 '9·19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2006년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로켓 '대포동 2호' 발사와 같은 해 9월 제1차 핵실험 이후 이 성명은 사실상 파기됐다. 6자회담이 '실패했다'는 평을 듣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직 당국자는 "협상의 집중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남북미중 간의 4자회담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러시아를 따로 거론하지 않는 것도 '남북미중이 우선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의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을 제안한 배경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 장관의 공동 회견에선 물론 우리 측이 배포한 회담결과 자료에도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등장하지 않았다.

외교부의 회담 결과 자료엔 "양 장관은 북핵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공감하고, 한반도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해 각급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가기로 했다"는 등의 원론적 내용만 담겼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린 종전선언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러시아의 협조를 원하고 있지만, 이는 러시아 입장에선 작은 부분"이라며 러시아 측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역내 움직임이나 중국과의 관계 등에 좀 더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해석했다.

ys417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