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본격 논의도 전에..남북미중 '수싸움' 시작됐다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문재인 정부가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체결을 위해 외교 역량을 집중하는 가운데 남북미중이 각기 다른 속셈으로 치열한 수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종전선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인데도 당사국들은 각자 '외교성과' '핵보유국 인정' '미중패권 경쟁과 한반도 영향력' 등을 위해 밀당을 이어나가고 있어, 문정부 임기내 종전선언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한미는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 외교·안보 라인 각급에서 소통을 이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게 최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설리번 보좌관은 종전선언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순서' '시기' '조건'과 관련해 한미가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동맹국간 논의 중인 대북 조치 사항을 두고 우회적인 수사가 아닌 비교적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한미간 접점 마련 작업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는 북한이 대화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적대정책·이중기준 철폐' 그리고 '신뢰부족'을 얘기하는 것과 관련해 종전선언이 해답이자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종전선언을 입구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이 만나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체결하는 '외교적 성과' 도출을 임기 말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향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 시 협상 카드 중 하나인 종전선언을 초기부터 내세울 입장이 못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종전선언은 일종의 상응조치로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고 관련 절차를 밟아 나갈 때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반대급부 중 하나"라며 "일정한 시점이 되면 미국도 하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이 순서·시기·조건을 얘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한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고 무력시위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하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도발을 진행 중인 것에 대해서는 일종의 선물을 주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종전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김여정 당 부부장의 입장 표명을 통해 북한은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중기준·적대정책 철회라는 조건을 내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종전선언 추진과 논의 과정이 자신들은 손해 볼 게 없는 일종의 '꽃놀이패'라고 했다. 종전이 됐는데 미국이 북한을 더 이상 '적대국'으로 여길 수 없고 이를 명분 삼아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 대북제재 해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한미간 종전선언 논의 과정을 활용해 '이중기준 철폐' 부분을 더욱 부각시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노림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현재 북한은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을 계속 얘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멀리서 관망하며 이중기준 철폐를 계속해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종전선언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속내는 어떨까. 중국은 지난 2018년 한반도에 훈풍이 불어올 때 사실상 배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당시에도 종전선언이 부각됐지만 현재처럼 미중간 경쟁이 심화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사실상 전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이 정면 대결 양상이 펼쳐지고 있고 한반도 문제에 소외되는 것에 굉장히 민감해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게 미중 간 '장외경쟁'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교수는 "중국은 종전선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일련의 과정에서 자신들이 당사자로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중요하다"며 "또한 한국에서 종전선언을 얘기하면서 베이징 올림픽까지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속내는 미국은 오지 않고 남북중이 모이는 그림이 자신들한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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