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교도 신입생이 7명?..'학교 통폐합'은 난항

최유경 입력 2021. 10.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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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 서울도 이제 '남 일'만은 아닙니다. 서울의 경우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40명 이하일 때, 중·고등학교는 300명 이하일 때 '소규모 학교'로 분류되는데요.

올해 4월 1일 기준으로,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의 1학년 신입생 수는 단 7명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학교 통·폐합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마포구 창천초는 28명, 도봉구 도봉고는 63명이었습니다.

최근 추이를 보면, 2012년엔 20곳에 불과했던 소규모 학교가 올해는 99곳으로 무려 5배 늘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각각 41곳과 45곳이었고, 고등학교도 13곳 있었습니다.

아예 폐교되는 학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강서구 염강초와 공진중이 문을 닫았고, 올해는 성동구 성수공고가 폐교 행정 예고돼 현재 1학년이 졸업하는 2024년 2월 완전 폐교를 앞두고 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울시교육청은 폐교나 학교 이전과 함께, 이른바 '이음학교'로 불리는 '통합운영학교' 모집에 나섰습니다. 기존 학교를 최대한 살리면서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학교급이 다른 2개 이상 학교를 통합해 운영하겠다는 계획입니다.


■ 내년까지 '통합학교' 2곳 이상 추가…"인접 학교 많아 지방과는 달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의 학교 통·폐합은 비수도권 지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다니던 학교가 없어질 경우 다른 행정구역으로 넘어가야 하는 지방과는 달리, 부동산이 개발되고 학생들이 몰리면서 가까운 곳에 여러 학교가 세워진 경우가 많아 '학교 통합운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서울 시내 학교의 약 35%는 동일 또는 인접부지 학교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교육청은 '이음학교'를 본격적으로 모집하기로 했습니다. 사립학교의 경우 11월 1일부터 16일까지 직접 신청을 받고, 공립학교는 각 교육지원청에서 학교 의견 수렴을 거쳐 자체적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당장 내년 3월이나 내후년 3월부터 운영하는 게 목표인데, 사립중·고 1~2개교, 공립초·중 1~2교 정도를 추가 지정할 예정입니다.

이음학교에 지정되려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대상으로 설명회 등 의견 수렴과정을 거친 뒤 학부모 응답자 50% 이상이 동의해야 합니다. 될 수 있으면 소규모 학교를 우선 지정할 방침이지만, 워낙 학생 수 감소세가 심각하다 보니 그렇지 않더라도 여건에 따라 지정될 수 있습니다.

■ 교장도 '1명'으로 줄어 학교 호응 미지수…학생·학부모 반발도

문제는 학교들의 호응입니다. 통합 운영을 하게 되면 각각 2명이던 교장과 행정실장이 1명이 되다 보니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교원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학생 수가 적더라도 학급 수가 유지돼야 교사들을 배정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니던 학교를 지켜내고 싶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여론도 좋지 않습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전교생이 270여 명에 불과한 도봉고를 500m 거리에 있는 누원고로 통합하려 했지만, 학생과 학부모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교육청은 내년에 다시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음학교 선정 물망에 올랐던 창천초와 창천중도 학부모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학교가 통합될 경우 중학생 등으로부터 학교폭력이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했기 때문인데요. 서울시교육청은 "소규모 학교를 최대한 살려보려 했으나 여력이 없는 상태"라며 "내년에 다시 통합운영학교 지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서울 '이음학교' 3곳 운영 중…"폐교보단 통합운영 확대하겠다"

현재 서울의 이음학교는 모두 세 곳입니다. 송파구 해누리초·중학교가 2019년 '1호'로 개교했고, 기존에 있던 서울체육중·고등학교도 같은 해 이음학교로 지정됐습니다. 올해는 강동구 강빛초·중학교가 문을 열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누리초·중과 강빛초·중의 운영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특별한 구조적 문제나 미흡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폐교보다는 이 같은 통합운영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학령 인구 감소에 대응해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음학교로 지정될 경우 시설을 폐쇄하지 않고 통합 운영할 경우 10억 원, 시설을 폐쇄해 통합 운영할 경우 30억 원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학교 공간과 교육환경개선 지원도 우선 검토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서울 초·중·고교 학생 수는 82만 5,503명이지만, 4년 뒤인 2025년에는 74만 2,361명으로 8만 3,142명(10.1%)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또 2027년엔 67만 7,030명, 2030년엔 59만 77명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음학교’ 운영으로 학교급별 교육자원의 통합과 공유를 통해 학생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운영 모델의 개선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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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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