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악관 "종전선언 시기-조건, 한국과 관점 달라".. 속도조절 메시지

신진우 기자 2021. 10.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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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성김 등 美대북정책라인.. "北 대화 나서야 종전선언 논의"
'단계별 순서에 입장차' 콕집어 언급.. 先보상-後비핵화 어렵다는 뜻인듯
'中 논의 참여'도 조건 내걸어.. 한미, 종전선언 세부조율은 계속
文대통령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 참석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난해 코로나19 아세안 대응기금에 100만 달러를 기여한 데 이어 올해 500만 달러를 추가 기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 “북한이 먼저 대화에 나오지 않는 이상 종전선언 제안을 수용하긴 힘들다”는 입장을 전달한 건 정부가 밀어붙이는 종전선언 구상에 당장 호응할 뜻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종전선언이 한미동맹에 가져온 파급력이 큰 만큼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인센티브’로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 다만 한미는 북-미 협상 상황을 가정해 종전선언 관련 세부 사항들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고 문안을 가다듬는 작업 등은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 美, 한국의 선(先)종전선언 구상 수용에 부담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주 초 워싱턴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한 데 이어 주말에는 서울로 장소를 옮겨 추가 협의를 이어갔다. 미국은 북-미 협상 재개의 필요성, 종전선언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논리는 이해하는 만큼 한미 간 종전선언 논의는 진지하게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백악관과 국무부 법률팀 등까지 참여해 종전선언의 의미와 득실 등을 집중 분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검토 끝에 김 대표는 지난 협의에서 종전선언 드라이브를 거는 우리 정부에 사실상 종전선언 관련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북한이 먼저 호응해 오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을 수용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한미 간 협의에서 북한이 ‘조건 없이’ 대화에 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또 종전선언 논의의 주체가 남북미중 4자가 돼야 하는 만큼 논의를 구체화하려면 중국 역시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는 뜻도 강하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6일(현지 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한미 간 종전선언의 시기, 조건 등에 대한 이견이 있음을 처음 인정한 것도 한국에 공개적으로 속도 조절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이 한미 간 견해차를 밝히고 나선 건 이례적이다.

특히 ‘단계별로 정확한 순서(sequencing)’에서 시각차가 있다고 콕 집어 언급한 건 종전선언은 물론이고 대북제재 완화 등에서도 ‘선(先)보상, 후(後)비핵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분명히 알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국가 간 논의 사항과 관련해 ‘다른 관점’ 수준까지 직설적으로 표현한 자체가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 韓美, 北 끌어낼 창의적 해법 계속 논의

한미는 종전선언에선 견해차를 완전히 좁히지 못했지만 북한 관련 협의는 촘촘하게 이어갈 계획이다. 미국은 한미의 연쇄 북핵 협의 자체가 북한에 대화 테이블로 복귀하라는 메시지가 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 정부에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이 매우 크다”는 메시지도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실무 부처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를 근간으로 한 대북 관여 시나리오를 보고하자 바로 “폐기 처분”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만큼 북한 문제에 적극 관여할 의지는 있다는 것. 설리번 보좌관도 브리핑에서 “우리는 핵심적인 전략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는 (한국 측과) 뜻을 같이하고 있고, 외교를 통해서만 효과적인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대북 적대시 정책 철폐’ 등을 선결조건으로 내걸며 대화에 응하지 않는 북한을 어떻게 우선 테이블에 앉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 종전선언 수용에 부담을 느끼는 만큼 남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창의적인 구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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