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력 부족' 공수처 영장..곳곳에 '성명불상' 구멍 숭숭

(과천=연합뉴스) 이대희 최재서 기자 =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부하 검사들이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단서인 고발장에 첨부된 판결문 등을 검색한 정황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포착해 손 검사의 구속영장에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하 검사들이 손 검사의 지시를 받아 판결문 등의 자료를 취합했다거나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점을 소명하지 못하는 등 의혹을 입증할 수단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탓에 구속영장 기각을 자초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출범 후 '1호'임에도 곳곳에 '성명불상'이 등장하는 어설픈 구속영장을 법원에 제출하면서, 출범 이후 꾸준히 제기된 수사력 부족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지난 23일 법원에 낸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김웅 의원이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고발장과 관련 자료를 텔레그램으로 전달한 작년 4월 3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일어난 일이 시간별로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손 검사의 부하 검사 2명이 검찰 판결문 검색 시스템에 접속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제보자인 지모씨의 이름 등 이 사건과 관련한 검색어로 검색했다는 내용이 영장청구서에 담겼다.

실제로 김 의원이 조성은 씨에게 전달한 자료 중에는 지씨의 과거 범죄 사실이 담긴 실명 판결문이 포함돼 있고, 텔레그램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판결문이 첨부된 고발장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뒤 김 의원을 거쳐 조씨에게 건네졌다고 의심하는 공수처는 고발장 전달 당일 손 검사의 부하 검사들이 판결문을 검색한 흔적이 이런 의심을 뒷받침하는 단서라고 봤다.
하지만 영장으로 미뤄보면 공수처의 수사는 이 같은 고발 사주 의혹의 흐름을 뒷받침할 추가적인 물증을 아직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손준성과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들이 성명불상의 검찰공무원에게 고발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도록 하고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했다"고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10/28/yonhap/20211028102604838gybs.jpg)
공수처는 부하 검사들을 압수수색하고 소환 조사까지 벌였지만, 상부의 지시를 통해 고발장 등 자료 작성에 가담했다는 진술까지는 확보하지 못했기에 '성명불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의 혐의 중 하나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직무상 의무 없는 일을 시켜야 성립하는데, 범죄사실을 기술하면서도 손 검사 외에는 고발장 작성을 지시하거나 실행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추가로 특정하지 못한 셈이다.
손 검사 부하 검사들이 판결문을 검색한 사실만으로 곧장 고발장 작성에 가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당시는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으로 이슈화한 검찰 조직의 중립성 문제가 큰 현안이었기 때문에 대검 내 참모조직인 수사정보정책관실이 현안 파악 등 다른 통상적 이유로 판결문을 검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공수처는 텔레그램에 남아 있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 외에는 손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자료를 직접 보냈다는 추가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영장청구서에는 손 검사와 함께 입건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여러 차례 나오지만, 정작 범죄 혐의와 관련한 내용에는 윤 전 총장의 이름을 적시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완성도를 높이지 못한 공수처의 구속영장은 법원으로부터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았고, 영장 기각으로 이어졌다.
지난 1월 21일 출범한 공수처는 4월 1차 검사 임용을 완료하면서 수사팀 진용을 갖췄지만, 정원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임용된 이들도 수사 경험이 없는 판사나 변호사를 중심으로 구성돼 수사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심혈을 기울였을 출범 후 첫 구속영장의 내용이 허술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 됐다.
게다가 손 검사 측이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며 "방어권 침해"라고 반발하는 등 절차적 측면에서도 구설에 올랐다.
향후 공수처는 증거를 보강해 수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를 위해 손 검사와 김 의원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지만, 보강 수사가 충분히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환 조사 일정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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