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강 건너 불구경할 때 아니다

박병진 2021. 10. 2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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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대만 통일 추진 또 천명
대규모 무력시위 통해 긴장 높여
베이징올림픽 이후 침공설도
한국에 미칠 파장도 만만찮아

물체는 무게중심이 낮을수록 안정적이고, 높을수록 불안정해진다. 스포츠에서 엉덩이를 뒤로 뺀 듯한 자세가 나오는 이유다.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중심을 잡는 정적 안정성(static stability)을 추구하는 것이다. 외부 자극이나 움직이는 상태에서 제대로 자세를 유지하려면 그 반대가 된다. 자전거가 서 있을 때보다 빨리 움직일 때 더 안정적인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동적 안정성(dynamic stability)은 한번 무너지면 정해진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 국제정치에서 동적 안정성은 늘 변덕스럽고 아슬아슬한 것 같은 상황에서 안정성을 찾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줄타기와 흡사하다. 미·중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한반도의 역학구도가 그렇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의 유엔 가입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대만과의 통일 추진을 재천명했다. 그러고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9일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으로 어떤 간섭도 용납될 수 없다”고 했던 것의 연장선이다. ‘대만 방어’ 공약을 언급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한 경고 메시지다.
박병진 논설위원
이렇듯 올해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양안(兩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다. 중국은 건국기념일 연휴인 지난 1∼4일 나흘 동안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군용기 149대를 투입해 유례없는 공중 무력시위를 벌였다. 4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만이 독립을 꾸미는 것은 죽음의 길”이라며 “미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하지 말라”고 했다. 미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외교적 압박 중단을 촉구한 데 따른 격앙된 반응이다.

그렇다면 미·중 대결 구도가 과연 대만을 통해 분출될 수 있을까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4일 중국 관영언론인 환구시보는 “대만에서 전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말로만 하는 위협이 아니다”라고 엄포를 놨다. 마치 1960년대 초 미·소 간에 빚어진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은 극단적 사건이 조만간 발생할 것에 대비하는 듯하다. 대만 언론도 “양안의 군사분쟁이 가시화됐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한·미·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중국의 대만 ADIZ 진입이 무력침공을 위한 준비 단계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이징올림픽이 열린 후 2022년이 핵심적 시기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날 무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 병합한 예를 들며 “유사점이 있을 수 있다”고도 점쳤다.

앞서 필립 데이비슨 전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3월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6년 내에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데이비슨 전 사령관의 이런 주장은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과 관련이 있다. 장기집권 포석으로 대만을 무력으로 굴복시키려는 구상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금 양안관계는 시계제로다. 미·중 역시 험악해지고 있다. 물론 중국의 대만 침공은 여러 변수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쉽지 않다는 평가가 없지는 않다. 그래도 침공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만약 대만이 중국에 의해 흡수 통일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우월적 지위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얻은 자신감에 더해 중국 해군의 서태평양 진출은 더욱 가속페달을 밟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군사적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의 동북아 고립이 예상된다. 이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따른 충격파는 애교 수준일 터이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동맹에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같은 다자 안보협력체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방어막을 치는 배경이다. 대선 정국과 종전선언에 파묻혀 양안 갈등을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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