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과학의 진보는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통증 연구하다 온도감지 수용체 발견
호기심이 예상치 못한 업적 이뤄
정부도 연구 지원 확대.. 결실 기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소설 ‘뇌’에서 감각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감각의 차단이라는 것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소? 인간이 뇌에게 가할 수 있는 고통 가운데 가장 혹독한 거요. 뇌에 아무것도 주지 않는 거지요. 볼 것도 들을 것도 느낄 것도 읽을 것도 주지 않소. 한마디로 뇌를 굶기는 것이오.”
줄리어스 교수는 원래 통증 메커니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 매운 맛이라 부르던 고추 맛은 캡사이신에 의해 촉발되는 타는 듯한 통증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캡사이신의 세포 표적을 찾는다면 통증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감각신경세포 중 캡사이신에 민감한 세포를 선별하고, 다시 이들 세포에서 캡사이신에 반응하는 수용체 TRPV1이라는 새 이온채널을 찾아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이온채널은 온도에 의해서도 활성되는 것을 확인했고, 더욱 놀라운 발견은 이 이온채널이 활성되는 온도가 사람이 뜨겁다는 통증을 느끼는 섭씨 40도 이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줄리어스 교수와 파타푸티안 박사는 독립적인 연구를 통해 냉감성 수용체인 TRPM8을 발견했다. 이후 외부 환경의 온도 정보를 감지하는 일련의 온도 수용체가 발견됐고, 이러한 발견은 체성감각신경계의 온도감지에 대한 분자 수준 기전 이해의 기반을 마련했다.
파타푸티안 박사는 기계적 자극에 의해 활성되는 이온채널을 찾는 연구를 통해 PIEZO1과 PIEZO2라고 불리는, 기계적으로 활성화되는 두 개의 이온 채널을 발견했다. 이 이온채널은 기계적 센서로 기능하는 새로운 종류의 이온채널로 밝혀졌다. 이 이온채널의 발견을 통해, 우리는 체성감각신경계의 촉각 및 고유감각에 대한 분자 수준 기전 이해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촉감, 가령 새 이불의 보송보송함, 산들산들 불어오는 가을바람의 느낌을 분자 수준으로 그 기전을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뇌가 어떻게 이러한 촉각 정보를 처리하는지도 밝힐 수 있음은 물론, 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역공학을 통해 실제 자극 없이도 산들바람을 경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 구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인 줄리어스 교수가 통증 연구로부터 온도감지 수용체를 찾은 점은 특히 흥미롭다. 호기심을 기반으로 시작한 연구가 어떻게 기초과학을 발전시키는지 보여준 좋은 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류사의 중요한 과학의 진보는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에서 시작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발견하고 이를 집요하게 연구해 이룬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도 정부 지원정책을 수립할 때, 달성 목표가 확실한 목적기초연구 지원은 물론 줄리어스 교수의 예처럼 기대하지 않은 발견도 격려하고 지원을 확대한다면,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인류 과학사에 기여할 기회가 훨씬 넓어질 것이다. 그럼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가 호명되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뇌, 인지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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