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개미, 대주주 전횡에 '부글부글'
[경향신문]
소액주주 의견 무시, 지배주주 이익 따라 합병·분할 ‘재산권 침해’ 논란
급성장 사업부 물적분할 후 신규 상장 방식…LG화학·SK이노 도마에
박 의원, 주요 결정 때 대주주 의결권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 발의 계획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미’들이 늘어나면서 지배주주의 이익에 따라 결정되는 기업 합병과 분할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여당과 진보 성향 단체를 중심으로 계열사 간 합병·분할에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위한 상법 개정 토론회’를 열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이날 발제문에서 상장사의 합병·분할에서 문제가 된 사례를 소개했다.
대표 사례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분율이 큰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을 설정해 이 부회장이 적은 비용으로 삼성그룹 지배력을 확대했고, 그만큼 삼성물산 일반 주주에게 손해가 전가됐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관련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도 계열사 간 합병에서 번번이 합병 비율 산정으로 인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합병에서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면 해당 주주들이 반발하는 식이다.
지난해 OCI그룹 계열사인 삼광글라스가 다른 계열사인 군장에너지(비상장사)와 이테크건설 지주부분을 인수할 때도 논란이 있었다. 이복영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되는 두 아들이 군장에너지가 갖고 있는 지분 비율(약 24.4%)이 삼광글라스(약 14.9%)보다 높아 합병가액을 산정할 때 삼광글라스가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이 합병 건은 지난해 9월 국민연금의 반대와 일부 소액주주들의 반발에도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의 합병 때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급성장하는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후 상장시키는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을 산 기존 주주들이 분할된 자회사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부분을 물적분할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노 변호사는 만약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인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하지 않고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했다면, 최대주주인 지주사 (주)LG도 LG화학에 대한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증자에 참여해야 하고, 이를 위해 (주)LG도 유상증자를 한다면 구광모 회장 등 지배주주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 변호사는 “지배주주의 이해관계를 주로 고려해 나머지 주주들의 투자 의사나 이해관계가 무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경쟁력을 위해 연 3조~4조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물적분할 없이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의 70~80%를 갖고 있으니, LG에너지솔루션이 제때 투자를 잘하는 것이 기존 주주들에게도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노 변호사는 올 상반기 LX그룹이 LG그룹에서 ‘친족 간 계열분리’를 한 것도 (주)LG 일반 주주들에게 불리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주)LG가 LX로 넘어간 계열사 지분을 분할하지 않고 매각했다면 ‘경영권 프리미엄’도 받았을 것이란 논리다.
노 변호사는 일반 주주의 이해와 어긋나게 합병과 분할이 이뤄지는 것을 통제하려면 현재 감사위원 선출에 적용되는 ‘3%룰’을 합병·분할 건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합병·분할 등 주요 결정에 대해 주요 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반면 토론에 참여한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3%룰은)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자금 조달에 막대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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