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백두대간 앵글에 담은 이방인.."여긴 하나의 나라"

박용근 기자 2021. 10. 2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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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첫 종주 뉴질랜드인 로저 셰퍼드
31일까지 전주서 사진전 열어
북한엔 4번 찾아 대장정 마무리

2017년 백두산 정상에서 로저 셰퍼드(뒷줄 오른쪽)가 북한 원정지원팀 및 여성 안내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로저 셰퍼드 제공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그 길이가 1400㎞에 달한다.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남과 북의 백두대간을 최초로 종주한 이가 있다. 뉴질랜드 국적의 로저 셰퍼드(55)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남과 북 백두대간을 섭렵하기까지 꼬박 11년이 걸렸다. 그는 한반도의 산에 빠져 지리산 중턱인 전남 구례면 산동면에 아예 터를 잡고 산다.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뒤에는 전국을 순회하며 백두대간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애쓰고 있다. 그는 이달 31일까지 전북 전주 교동미술관에서 백두대간 사진전을 열고 있다.

“백두대간을 알게 된 때는 2006년이었어요. 그 전에 잠시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고국으로 돌아가 경찰관이 됐는데 휴가를 받아 다시 왔어요. 우연히 지리산에 올랐는데 장엄하게 뻗어나가는 산맥이 황홀하더군요. 한국 친구가 빨간 줄이 꼬불꼬불 쳐진 작은 지도 한 장을 보여주며 백두대간이라고 설명해 주더군요.”

그는 뉴질랜드에서 경호경찰로 8년간 근무했다. 외교관 경호를 전담하고 전략문제 연구로 석사학위도 받았다. 하지만 머릿속을 맴도는 백두대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고 했다. 2007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70일간 남한 내 백두대간 740㎞를 탔다.

“남측의 백두대간은 설악산 향로봉이 종점이었죠. 민통선을 넘어 군사도로를 걸어가 산에 오르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어요. 비무장지대(DMZ)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이었지요. 이곳에서 북한의 장대한 백두대간을 언뜻 볼 수 있었어요. 북으로 가보자는 생각이 여기서 움텄습니다.”

북한 정부의 공식 홈페이지에 e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불가’였다. 백방으로 정보를 입수하다가 뉴질랜드조선친선협회를 알게 됐다. 이 협회를 통해 평양 방문이 성사됐다. 평양에서 북측 관계자들을 만나 “남북을 잇는 등뼈, 백두대간을 통해 남북이 하나임을 알리고 싶다”고 설득했다. 2011년 5월 “원정을 준비하라”는 통보가 왔다.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 네 번 북한을 다녀왔어요. 2011년 30일, 2012년 45일에 이어 2017년은 두 번에 걸쳐 80일간 산에 올랐어요. 북측에서는 운전기사 2명과 산림청 현지 가이드를 지원해 줬어요. 이 기간 동안 북한에 있는 백두대간 50여개 정상을 모두 밟았습니다.북한의 백두대간은 대부분 원시의 미답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심장이 뛰었어요. 감격이었습니다.”

그는 함경남도 덕성군에 있는 천산대봉(1977m)을 등정하는 와중에 길을 잃어버렸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위기상황 속에서도 “낮잠이나 자자”는 4명의 북한 동반자들의 순수함과 여유를 떠올리면 지금도 콧등이 찡하다고 전했다.

“스마트폰도, GPS도 없고 지도는 남한에서 만든 북한 지도뿐이었어요. 북한 곳곳을 훤히 꿰고 있다는 현지인들이 헤매는데 난감했죠. 점심을 먹고나니 한숨 자고 가자 하더군요. 그토록 태평할 수 있는 게 북한 사람들이었어요.”

그는 평양 인민대학습당에서 백두대간 사진전을 열었고,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북한의 백두대간 산과 마을과 사람들>이라는 책도 냈다. 현재 한국에서 외국인들을 위한 가이드 하이킹 전문업체인 ‘하이크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로저 셰퍼드는“남과 북의 산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남한과 북한이 하나의 나라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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