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엔 참여' 놓고..미·중, 팽팽한 줄다리기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2021. 10. 2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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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진핑 “중국, 유엔 유일한 합법 대표” 가입 50주년 기념사 후
미국 블링컨 “회원국들 지지 동참” 촉구…양국 갈등 커질 듯

대만의 유엔 참여 문제를 놓고 미·중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 가입 50주년을 맞아 중국이 유엔에서 인정한 유일한 합법 대표라 강조한 직후 미국은 회원국들에 대만의 유엔 참여 지지를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대만의 강력하고 의미 있는 유엔 체제 참여를 지지하는 데 합류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은 민주주의의 성공 사례로 유엔과 일치하는 가치인 투명성과 인권 존중, 법치를 지지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또 “대만이 과거 특정 유엔 전문 기구에 강력하게 참여했다는 사실은 국제사회가 대만의 기여에 가치를 부여했다는 증거지만 최근 대만이 유엔의 노력에 기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대만 배제는 대만의 기여에서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유엔과 관련 기구의 중요한 업무를 훼손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은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유엔 가입 50주년을 맞아 자국이 유엔에서 인정한 유일한 합법 대표라는 점을 강조한 직후 나온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25일 ‘중국 유엔 합법지위 회복 50주년 기념회의’ 연설에서 “50년 전 유엔총회 결의 2758호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는 유엔에서의 유일한 중국 합법 대표로 인정됐다”며 “이는 중국 인민의 승리이자 세계 각국 인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유엔 등 국제기구 복귀를 노리는 대만과 이를 지원하려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중국은 이날 블링컨 장관의 성명에 대해서도 즉각 반발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자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도전과 곡해는 용납되지 않는다”며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유엔은 주권국가만 가입할 수 있는 정부 간 국제기구”라고 강조했다.

미·중이 상반된 입장을 밝힘에 따라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대만 참여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유엔총회 결의 2758호를 근거로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막아왔다. 대만은 한때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등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하기도 했지만, 2016년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하면서부터는 이마저도 가로막혔다. 현재로선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대만의 유엔 참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반대가 워낙 강하고, 회원국들의 이해관계도 갈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43개국이 신장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성명을 내자 중국이 쿠바를 비롯한 62개 우호국을 동원해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맞불을 놓은 것이 단적인 예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은 대만 문제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유엔에서의 힘겨루기는 미국에 ‘국제정의’를 가르쳐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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