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동물 서식환경 열악..극심한 스트레스 시달려
[경향신문]
질병·부상 등 그대로 방치
관람객 안전·감염 위협도
물도 못 마신 새들, 귀에 상처가 있는 왈라비, 사람을 공격하는 앵무새.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27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인근 상연재에서 연 ‘서울 내 야생동물 전시시설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에서는 야생동물카페, 실내 체험동물원 등의 열악한 환경과 동물복지는 물론 관람객의 안전조차 뒷전인 운영 실태에 대한 증언이 쏟아졌다. 보고회는 어웨어 활동가들이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후원으로 시민들과 함께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조사 대상이 된 시설은 야생동물카페, 실내 체험동물원 등 대체로 소규모인 시설 19곳이다.
동물의 분변을 관람객이나 다른 동물이 밟거나 털이나 발에 분변이 묻은 동물을 관람객이 만지는 등 관람객이 동물의 분변에 직접 노출되는 모습도 다수 관찰됐다. 모두 인수공통전염병과 동물의 공격 등으로 인해 관람객의 안전과 위생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들이다. 앵무새 먹이주기 체험을 하는 곳에서는 관람객을 무는 경우도 확인됐다. 한 시설에서는 시민 조사단원이 앵무새에게 피가 날 정도로 물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11곳에선 질병이나 부상이 의심되는 동물이 발견됐다. 모란앵무의 경우 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었거나 염증 발생 후 2차적인 자해를 한 것으로 보이는 개체도 있었다.
동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만지기, 먹이주기 체험을 하는 곳은 8곳으로 확인됐다.
시민조사단으로 참여한 방상우씨는 이날 보고회에서 “평가 기준으로 삼은 내용 가운데 괜찮은 시설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며 “여러 시설이 체험교육을 표방하고 있었는데 이런 공간에서 진정한 교육이 가능할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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