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퇴 압박 논란'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인터뷰

유선희 기자 2021. 10. 2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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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외압 느끼고 정진상 찾아갔지만 ‘그런 사실 없다’고 말해
며칠 뒤 유한기가 7시간 사표 강요…굴욕감 말도 못했다”

“이재명, 국감장 발언 듣고
당시 녹음파일 공개 결심”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연합뉴스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2015년 1월 ‘사퇴 압박’ 분위기를 느끼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측근인 정진상 정책실장을 직접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황 전 사장은 지난 2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표를 내달라는 압박이 있어 조금씩 미루다가 분위기를 파악해보려고 2015년 1월25일쯤 정진상 실장을 찾아갔다”며 “그런데 전혀 내색이 없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 언급을 안 하니 이상하다 싶었는데 2월6일 유한기(당시 개발본부장)가 찾아와 죽치고 앉아 사직서를 쓰라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유한기는 2014년 12월 말부터 (황 전 사장을 내보내라는) 독촉을 받았던 것 같은데,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사표를 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지 않나. 아마 윗선에서 다 이야기가 된 것 같아 2월6일 이후에는 정진상 실장을 찾아가지 않았다”며 “모멸감을 더 느끼는 거야. 굴욕감 말도 못한다”고 했다.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2015년 2월6일 그는 유한기 본부장에게 “(사직서를) 시장한테 갖다줘도 당신한테 못 주겠다. 정(진상) 실장도 유동규(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당신한테 다 떠미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유 본부장은 “양쪽 다 그러고 있다”고 답변했다.

유 본부장은 당일 오후 3시10분터 10시까지 7시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사퇴를 종용했다.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를 받아낸 그날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이끈 자산관리업체 화천대유의 설립일이기도 하다.

성남시 차원에서 황 전 사장을 찍어내려는 시도는 사직서를 받기 전부터 진행됐다. 그는 2014년 3월 중순과 11월 초 두 차례 성남시청 감사실에 다녀왔다. 황 전 사장은 퇴임하던 날 이재명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누구든지 간에 사람 좀 잘 쓰시라”고 했다. 이에 이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황 전 사장은 2014년 4월을 전후한 시점에도 유한기 전 본부장의 요구로 사퇴서를 썼다고 한다.황 전 사장은 이 사퇴서의 성격에 대해 “충성맹세 비슷한 것”이라고 했다. 황 전 사장은 “사직서 비슷한 건데, 유 전 본부장이 컴퓨터에서 프린트해온 것을 사인만 했다”고 말했다.

황 전 사장은 임기를 1년6개월 남긴 2015년 3월10일 중도 하차한 데 대해 “임명권자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성남시장과 성남시의회 추천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2배수로 선발됐고, 2013년 9월10일 이재명 시장이 직접 황 전 사장을 적임자로 판단해 임명했다.

황 전 사장은 녹취록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이재명 시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황 전 사장이) 역량 있는 사람이었고 더 있었으면 했다’고 한 발언을 듣고 애써 잊으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며 “정말 그렇다면 당시 한마디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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