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부족에 인권 논란까지..공수처 조급했나

허진무 기자 2021. 10. 2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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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다수 변호사 출신으로 구성
출범 전 ‘수사력 우려’ 현실로
“출석 시키려 영장” 비난 자초
통보 시점 놓고 장외공방까지

심야까지 구치소 대기 후 집으로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왼쪽)이 27일 오전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대기하던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출범 전부터 제기됐던 ‘수사력 부족’ 우려는 현실이 됐다. 공수처는 27일 손 검사의 출석을 끌어내려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배포해 ‘인권의식 부재’ 비판까지 자초했다.

공수처는 소속 검사가 대부분 변호사 출신으로 채워져 특수수사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출범 전부터 제기돼왔다. 공수처의 어설픈 모습은 고발 사주 수사에서 여러 번 노출됐다. 공수처 수사팀(주임 여운국 차장검사)은 지난달 10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 보좌관 PC에서 ‘조국’ ‘(정)경심’ ‘(추)미애’ 등의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려다 검사 출신 김 의원이 ‘영장 범위를 벗어났다’고 제지해 한 차례 압수수색에 실패했다. 공수처는 사흘 뒤 2차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압수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갔다. 국민의힘 당내 고발장 전달자인 정점식 의원의 국회 사무실에 대해서도 지난 6일 뒤늦게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역시 아무 자료도 확보하지 못했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사건의 입건 단계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지적도 있다.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전달 과정의 기초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혹의 가장 윗선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다 수사 결과에 대한 부담도 스스로 키웠다.

공수처가 손 검사의 체포영장이 기각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조계에서는 기각을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다. 공수처는 지난 25일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밝히며 “법관 앞에서 양측이 투명하게 소명할 기회”라고 주장했다.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중대 범죄 의혹의 핵심 피의자가 계속해서 출석을 미루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하면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고 기대한 것으로 보이는데,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통보한 시점을 놓고 장외 공방도 벌어졌다. 손 검사가 ‘늑장 통보’라고 비판하자 공수처는 “법원의 구인장이 발부되고 통보했다”며 공방을 벌였다. 공수처는 지난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전날인 25일에야 손 검사에게 통보했다.

공수처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영장 청구 시 통보는 피의자 조사가 이뤄지는 등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손 검사의 계속되는 출석 불응에 대응하고 출석을 담보해 조사를 진행하려는 조치였다”고 맞섰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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