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 봉착한 공수처, 고발장 작성자 등 '물증' 확보가 관건
[경향신문]
법원, 손준성 영장 기각 사유로 “수사 진행 경과” 뼈아픈 지적
의심스러운 정황 넘치지만 ‘조성은 폭로’에서 한발도 못 나가
주요 혐의자들 ‘모르쇠’ 깰 물증 필요…수사는 ‘장기화’ 조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법원이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공수처가 혐의를 입증할 물증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무성하고 혐의자들은 의혹을 부인하는 이 수사의 특성상 ‘말’이 아니라 ‘물증’의 확보 여부가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는데, 공수처는 여기에서 일단 막힌 셈이다. 수사의 활로를 물증 확보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이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는 3가지로 요약된다. 공수처의 범죄 혐의 입증이 충분치 못했고, 공수처가 손 검사의 방어권을 적절히 보장하지 못했으며, 손 검사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법원이 영장 기각 사유의 하나로 “수사 진행 경과”를 언급한 점은 공수처에 뼈아픈 대목이다. 손 검사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정치인 고발을 위한 자료 수집을 부하직원들에게 지시하고,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지난달 초 수사에 착수한 이래 손 검사의 주거지·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검찰로부터 내부 진상조사 자료를 넘겨받는 등 김 의원에게 고발장이 전달되기 전 단계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공수처는 손 검사의 구속영장에 고발장 작성자를 ‘성명 불상자’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작성자를 특정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는 공수처의 수사가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의 폭로 단계에서 아직 질적인 도약을 못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의 고발 사주를 의심하게 하는 정황은 차고 넘친다. 문제의 고발장을 최초 발송한 사람이 ‘손준성’으로 표시된 텔레그램 캡처 화면, 김웅 의원의 배후에 누군가 있으며 검찰과 모종의 사전 협의가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김 의원과 조씨 간 통화 녹음파일, ‘손준성 검사→김웅 의원→조성은씨’에게 전달된 4월8일 고발장이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을 거쳐 실제 고발로 연결된 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중요한 것은 이같이 의심스러운 정황을 꿰는 물증이다. 더구나 손 검사와 김 의원 등 혐의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거나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물증을 쌓아 수사를 돌파해야 하는데, 공수처는 여기서 벽에 부닥친 것으로 보인다.
수사는 장기화할 공산이 커졌다. 공수처는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인 손 검사의 혐의를 기초부터 다시 다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공수처는 27일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추후 손준성 검사에 대한 조사와 증거 보강 등을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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