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스존' 골 때리는 맛이 없네

이정호 기자 2021. 10. 2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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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킥 달인' 보기 힘든 K리그

[경향신문]

단번에 떠오르는 전문 키커 감소
포스트 염기훈·윤빛가람 안 나와
올해 K리그2선 6골 밖에 안 나와
리그 미래 위해 전략적 육성 필요

키커 앞에 놓인 축구공, 그리고 9.15m 거리를 둔 수비벽, 그 뒤를 지키는 골키퍼 사이의 긴장감. 프리킥은 축구에서 필드 플레이어가 데드볼을 차는 몇 안 되는 순간이다. 중력을 거스른 축구공이 상대 골망을 흔들었을 때 주는 쾌감 때문에 축구에서 팬들의 몰입도도 가장 높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데이비드 베컴, 호베르투 카를로스 등 세계적인 스타의 명성은 경기력뿐 아니라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놀라운 프리킥 솜씨로 쌓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축구에서는 프리킥 상황에서 환호하는 장면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K리그 기록을 보면, 한때 시즌별 평균 20득점 이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조금씩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K리그2에서는 올해 역대 최저 수준인 단 6골밖에 나오지 않았다. 기록을 떠나 이제는 리그뿐 아니라 대표팀에서 단번에 떠오르는 프리킥 스페셜리스트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직접 프리킥 상황에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김대길 위원은 “지금은 K리그에서 인상적인 프리키커를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과거에는 ‘○○○존’이라고 할 만큼 어느 지역에서 잘 차는 선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30대에 접어든 염기훈(수원), 윤빛가람(울산)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점은 한 번 생각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2019시즌 프리킥 최다골(5골)을 넣은 이으뜸(광주FC), 올해 프리킥 최다골(3골)을 기록하는 등 ‘대세’로 떠오른 이기제(수원)도 모두 30대다.

줄어든 왼발 프리키커 선택지도 전술적으로는 마이너스다. K리그 통산 프리킥 득점 1위(17골)인 염기훈은 “오른발 키커와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 상대 골키퍼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 예전에 오른발 키커였던 (김)두현이 형과 정대세와 합을 이뤘을 때 성공률이 높았다”고 했다.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이 줄어드는 환경적인 요인도 없지 않다. 현대축구에서는 축구공의 위력이 높아진 데다 이를 활용하는 키커의 능력치도 올라가면서 이를 막기 위한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염기훈은 “수비수들이 위험 지역에서 파울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김대길 위원은 “분석 기술이 좋아지면서 킥의 각도를 줄이기 위한 수비벽을 쌓는 기술도 견고해졌다”고 설명했다.

직접 프리킥의 성공률은 높아야 20% 정도다. 한 경기에 직접 슈팅으로 연결할 프리킥 기회도 많지 않다. 다만 프리킥 스페셜리스트의 존재만으로 상대팀에 성공률 이상의 압박감을 준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축구 전문가들은 “리그와 대표팀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스타일의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를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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