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누리호의 선물
[경향신문]
지금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두번째 누리호가 조립되고 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만드는 ‘누리호 사업’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우주까지 새 세상(누리)을 개척한다’는 뜻이 담긴 누리호에는 우주를 향한 한국의 오랜 꿈이 서려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해 지난 21일 쏘아올린 누리호는 본격적인 우주 개척의 신호탄이자 시험비행 성격의 1차 발사였다.
그 누리호가 우리에게 귀한 선물을 남겼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7일 인터넷에 공개한 누리호의 ‘셀카 영상’ 편집본이다. 누리호 동체에 탑재된 카메라는 1분15초에 달하는 이 영상을 촬영해 지상으로 송신한 뒤 비행체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 말하자면 이 영상은 불꽃으로 산화한 누리호의 유산인 셈이다. 영상에는 이륙부터 1단 로켓-페어링(위성 모사체 덮개)-2단 로켓-3단 로켓의 점화와 분리, 최종적인 위성 모사체 분리까지 중요한 순간들이 생생하게 들어있다. 위성 모사체가 당초 목표대로 지구 궤도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이륙부터 위성 모사체의 정상적인 분리까지 영상을 통해 분명히 확인된다. ‘절반의 성공’이 아닌 “90%의 성공”(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을 확인하는 증거이다.
영상에는 온통 검은 우주 공간과 대비되는 ‘푸른 행성’ 지구별의 모습이 들어있다. 사실 우주 공간을 찍은 영상은 이전에도 있었다. 외국의 발사체에 실려 올라간 우리 위성에서 찍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누리호의 영상이 반갑고 소중한 것은 이 땅의 우리 우주발사장에서 우리가 만들어 발사한 누리호여서다.
내년 5월에는 두번째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날아간다. 정부는 내년 중 달 궤도선도 발사하고, 2030년에는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다. 달 궤도선 제작은 아직 외국의 힘을 빌려야 한다. 우주 탐사와 개척은 경제적·군사적 이익 확보는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기 위한 핵심 요소다. 우주 강국들은 국가 차원의 기술개발과 이전, 체계적인 지원으로 민간이 우주산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고 있다. 우리도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해 누리호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주에까지 이르는 새로운 세상을 열기를 기대한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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