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조사도 않고 쫓기듯 청구.. 퇴짜 맞은 '공수처 1호 구속영장'

이희진 2021. 10. 2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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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청구한 체포·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수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공수처의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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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고발사주' 수사 차질
손준성 체포영장 기각후 바로 승부수
법원 "현단계 구속 필요성 부족" 기각
공수처, 증거 충분히 확보 못한 듯
대검 서버 추가 압수수색 등 보강
윤석열 "정권의 충견 노릇.. 공작처"
민주 "혐의는 인정된 것" 협조 압박
풀려난 손준성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의왕=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청구한 체포·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수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손 검사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이례적으로 조사 없이 ‘1호 구속영장’ 청구로 승부수를 띄운 공수처로선 체면을 단단히 구긴 자충수를 둔 셈이 됐다. 공수처는 전열을 가다듬겠지만 수사 동력이 한풀 꺾여 돌파구 마련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공수처의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에게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심문 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했다”고 기각 이유를 전했다.

손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으로 재직할 당시 후배 검사에게 고발장 작성과 관련 정보 수집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4·15 총선 직전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이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손 검사가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손 검사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해 왔다. 이에 공수처는 손 검사를 구속한 뒤 김 의원과 윤 전 검찰총장 등의 개입 여부를 밝히려 했으나 체포영장에 이어 사전구속영장까지 잇따라 기각되면서 수사가 탄력받기 어렵게 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가 손 검사 등 대검 내부의 고발장 작성 관여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게 영장 기각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일단 공수처는 전열을 정비하고 손 검사의 혐의를 다지는 증거 확보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전날 대검 정보통신과 서버를 추가 압수수색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손 의원 대신 김 의원을 먼저 손환조사해 고발장 파일을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등을 추궁하며 실마리를 풀어갈 수도 있다.
출근하는 공수처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7일 정부과천청사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일각에선 고발사주 의혹과 결이 비슷한 ‘윤 전 총장 장모 사건 대응·변호 문건’이 수사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재직했던 지난해 3월 대검찰청에서 작성된 해당 문건엔 장모 최모(74)씨 사건 정보 및 대응 논리가 담겨 있다.

손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 측은 공수처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윤석열 대선 경선후보는 “사법부가 속 보이는 정치공작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상처를 입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치졸한 수작”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정권의 충견 노릇만 하면 공수처는 더 존재할 필요가 없다”며 공수처를 ‘공작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은 손 검사의 혐의 자체는 인정된 것이라며 적극적인 수사 협조를 압박했다. 송영길 대표는 “법원의 이번 판결에서 분명한 것은 범죄 혐의 유무에 대해서는 전혀 시비를 걸지 않았다. 즉 혐의가 인정된다는 뜻”이라며 “손 검사는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법원이 믿고 영장을 기각해 준 만큼 수사에 협력해서 사상 초유의 총선 개입 국기 문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도록 해야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희진·최형창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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