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타트업에 날개 달아준 삼성..'AI 펀드매니저 칩' 만든다
토종벤처 리벨리온 설계 맡고
삼성은 최첨단 5나노칩 생산
스타트업과 협력은 이례적
27일 금융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4개의 상장지수펀드(ETF)를 올려 100% AI를 통해 운용하고 있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최근 AI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전용 AI 반도체 설계를 맡겼다.
크래프트는 AI가 테슬라 주가 등락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해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테슬라 족집게'로 알려져 있다. 크래프트는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자산운용사는 아니다. 이에 따라 ETF 상장은 미국 현지 운용사인 ETC(Exchange Traded Concepts) 명의로 이뤄졌다. ETC는 미국 중소형 운용사나 해외 업체들이 미국 거래소에 ETF를 상장할 수 있도록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현지에서는 AI가 운용하는 ETF의 가능성을 크래프트가 어느 정도 성과로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래프트는 나스닥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또 하나의 AI ETF를 곧 미국에 상장할 계획이다.
크래프트는 데이터 처리, 전략 탐색, 주문 집행 등 ETF 운용을 모두 AI 기술로 자동화했다. 지금은 맞춤형 칩이 아니라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식 크래프트 대표는 "고객의 개별적인 니즈에 맞춰 초과수익 전략을 탐색하고 트레이딩까지 자동화하는 AI 서비스를 개발 중인데, AI의 성능을 충분히 활용하는 데는 너무 높은 컴퓨팅 비용과 긴 연산 시간이 요구되는 문제가 있어 서비스 범위 확장이 어려웠다"며 "이러한 문제를 리벨리온의 AI 하드웨어 기술을 통해 전용 AI 칩을 제작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래프트가 AI 칩 설계를 맡긴 리벨리온은 1년밖에 안 된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중앙처리장치(CPU), GPU를 뛰어넘는 NPU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희소성과 가능성이 부각되며 최근 투자자들로부터 크게 주목받고 있다.
AI 반도체 NPU는 인간 뇌처럼 낮은 전력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특징을 갖는다. 로봇,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가전 등에 속속 탑재되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4억달러에서 2030년 6배 성장해 총 1179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카이스트 전자과를 수석 졸업한 뒤 MIT에서 전기컴퓨터공학으로 석·박사학위를 5년 만에 취득하고 스페이스X에서 일론 머스크와 일한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김 대표 역시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양사 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대한 이해도가 높아 이번 협업이 빠르게 추진됐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는 "리벨리온은 국내 팹리스 최초로 최첨단 선단 공정을 사용해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고, 현재까지 검증된 성능만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벤치마크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보여주고 있다"며 "리벨리온의 AI 전용 하드웨어와 크래프트의 AI 트레이딩 알고리즘 간 시너지는 AI에 기반한 금융 혁신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사 간 협업의 결실은 이르면 내년 말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1㎚=10억분의 1m) 공정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시스템 반도체 공급 부족(쇼티지)이 심각하다. 양사가 삼성에 제조를 의뢰한 물량 규모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은 국내 스타트업이 의기투합한 점과 잠재적 가치 등을 고려해 5나노 선단 공정을 통한 생산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5나노 미세 공정은 현재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중 삼성과 대만 TSMC만 가능할 정도로 최첨단 공정이다.
리벨리온이 설계하고 삼성이 생산한 NPU를 크래프트가 장착하면 AI 연산에 필요한 전력 소모가 10분의 1로 감소하고, 속도는 4배 이상 빨라질 수 있다. AI 연산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성능 개선의 의미를 넘어 AI 서비스 범위와 타깃을 확장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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