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번복에 미리 준비한 답변서 '줄줄'..황당한 피고인 신문

제주지법 제2형사부, 제주 중학생 피살사건 3차 공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백광석(48)과 함께 제주의 한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시남(46)이 재판 중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거나 미리 준비한 답변서를 낭독하는 등의 무성의한 태도로 재판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백광석·김시남에 대한 3차 공판을 열고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김시남은 백광석과 달리 기존의 일부 진술을 번복하는 태도를 보였다.

당초 김시남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김모군(15)의 집에 들어가기 직전 백광석으로부터 '이번 사건에 관여하지 않은 것처럼 추후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으나 이날 공판에서는 "사건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또 김씨는 이날 신문 과정에서 "사건 당시 침대 위에서 백광석이 일어나 있는 상태로 김군의 목을 조르며 때렸다"고 진술하기도 했는데, 이에 검찰이 "그런 진술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하자 "계속 생각해 보니 이게 맞다"고 애매하게 답변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김시남은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모든 신문사항의 질문과 답변이 적힌 문서를 줄줄 내려 읽다 재판부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해당 문서를 제출받아 내용을 확인한 뒤 김시남 측을 향해 "크게 실수한 것"이라며 "다음부터 이런 위험한 짓을 하지 말라"고 호통쳤다.

이에 김시남의 변호인은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형사 공판 절차에서 피고인 신문은 피고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묻는 증거 보전 절차의 일환으로, 피고인들은 이 과정에서 사실을 기억 나는 대로 진술하고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본래 취지다.

쉽게 말하면 이번 김시남의 행동은 피고인 신문이 아닌 변론 요지서를 낭독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이날 피고인 신문을 마친 재판부는 전날 오후 검찰이 피고인들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함에 따라 11월18일 오후 2시30분에 공판을 한 번 더 열기로 했다.

한편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현재 백광석과 김시남은 지난 7월18일 오후 3시16분쯤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한 주택에 무단 침입해 백광석의 옛 동거녀 아들인 김군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찌감치 이틀 전부터 김군 모자의 집 주변을 배회했던 두 피고인은 사건 당일 오전 9시쯤 먼발치에서 김군의 어머니가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김군이 혼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락방 창문이 열릴 때까지 6시간 가량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검찰은 백광석이 청테이프를 가지러 1층에 내려간 사이 김시남이 허리띠로 김군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고, 김시남이 지친 백광석과 역할을 바꾸며 김군을 제압하다 다시 한 번 허리띠로 김군의 목을 조르면서 김군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백광석의 경우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 재물 손괴, 주거 침입, 가스 방출, 상해, 절도 등 6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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