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된 미·중 해양패권경쟁, 미 핵잠수함 사고가 한국에 시사하는 의미

이종윤 2021. 10. 27.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한국 잠수함 전력 및 작전의 완전성과 필요성 재고의 계기 삼아야
미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코네티컷호가 지난 7월 31일 일본 요코스카항에 도착한 모습. 사진출처=미 해군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미국 핵 잠수함 SSGN 729 조지아함.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 시울프급 핵추진 잠수함 코네티컷함이 남중국해에서 미상의 물체와 충돌한 지 3주가 넘도록 미국이 사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다고 27일 밝혔다.

환구시보는 '미 군함과 잠수함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각종 물체나 민간 선박과 충돌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이번 충돌은 미군이 남중국해에서 수많은 비밀 활동을 벌였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중국 국방부도 미국을 향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군사활동이 역내 안보에 위협을 증가시킨다며 작전 중단을 촉구했다.

중국 정부도 사고 장소와 원인, 핵물질 누출 여부를 밝히라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0일 중국 국방부 탄커페이 대변인을 인용해 이달 초 미 핵추진 잠수함이 정체불명의 물체와 충돌한 사고와 관련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히라면서 미국 측의 해명은 "짧고 불분명하다"며 "(미국의) 무책임하고 은밀한 접근은 투명성이 부족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중국과 남중국해 주변 국가들은 이번 사건의 진실과 미국의 의도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해군은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시울프급 핵추진 잠수함 코네티컷호가 지난 2일 오후 인도·태평양 공해에서 작전하다 특정 물체와 부딪혔다면서 이번 수중항해사고로 10여명의 승조원이 중·경상을 입었으나 인명을 위협할 만한 부상은 없었고, 잠수함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상태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미 해군은 피해 규모, 잠수함이 어떤 물체와 충돌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고 원인 등에 대해 함구했다.

남중국해는 미·중 전략적 경쟁의 대리전 지대로 이번 미 잠수함의 사고는 주도권 경쟁에서 미국이 적지 않은 이미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이는 심화하는 미·중 해양패권경쟁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지역 내 공해상에서 정상적인 활동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미국 작전 약화의 틈새로 활용해 자국의 내해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압박과 집요한 공세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은밀성이 핵심인 잠수함 작전에서 이번 미국의 잠수함 작전이 노출이 된 수중항해 사고 발생은 해양패권국답지 않다는 것이다.

반 전임연구원은 "미·중 해양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현장의 승조원이 작전 피로감이 높아진 것과도 전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중국 잠수함이 큰 소음으로 작전이 노출된 경우는 있었으나 미국이 수중작전 중 사고로 작전이 노출된 것은 이례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서태평양이 미·중 해양패권 경쟁의 주도권을 가늠하는 해역으로 역할하면서 미·중 충돌의 횟수와 강도는 점증해 왔다.

2009년 미 임페커블 해양조사선을 중국어선이 방해한 사건이 있었고 2001년에는 미 해상초계기와 중국의 전투기가 충돌한 하이난섬 사건도 발생했으며 2014년에는 중국의 전투기가 미 해상초계기를 50피트 이내로 위협 비행한 탑건(Top Gun)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모두 쌍방 간에 발생한 사례다.

그러나 이번 핵잠수함 수중항해사고는 미국 일방의 활동 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싸우지 않고 승리”했다는 도취감과 함께 치밀한 공세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또 다른 악재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사태수습을 치밀하게 해야 할 과제를 앉게 된 셈이다.

이 사건은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참여 방향과 강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있다. 한국이 서태평양으로 작전을 확대한 상황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자칫 한·중관계가 난관에 이를 것이라는 논리로 인-태전략 참가 회피의 명분이 될 개연성이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잠수함 작전뿐 아니라 무인잠수정, 수중감시체계 등을 통해 수중 감시 및 탐지 역량을 높이고 있는 바 한국 잠수함의 서태평양 작전은 이 위험성을 감수해야 할 수밖에 없다.

반 전임연구원은 "작전의 완전성 결여는 국가전략에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으므로 작전적 완전성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차후 서태평양 해역의 임무가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 우리 잠수함 작전의 완전성을 높이는 데 선제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수함 작전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작전을 수행을 한 경험'이 매우 중요하며 우리 군 잠수함의 서태평양 수중작전 경험은 한반도에서 전쟁 억제전략의 완성으로 연결되는 접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해 "이번 사건의 수중작전 간 문제점과 교훈을 적절한 시기에 한·미동맹을 활용, 면밀히 확인해 작전의 완전성을 보완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반 전임연구원은 "수중작전의 완전성은 한반도 해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며 "PKO 파병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한반도 군사안보를 위해 유용하게 활용되는 것처럼 서태평양에서 잠수함의 노하우 축적은 동·서·남해의 수중통제권 장악과 한반도 억제력 확보에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전략핵잠 계획의 존재를 밝히고 'SLBM 고도화'에 매진하면서 대북억제 작전에서 '잠수함 작전의 완전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미 핵잠수함 사고를 한국 해군의 서태평양 역할 강화라는 중견국에 부합한 전략과 정책, 작전적 완성을 주저하는 오역을 피하고 최근 소홀해진 한·미 해상연합훈련의 역할 강화와 필요성을 돌아보는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