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경고한 월가 구루들 "에너지난, 사회 위기 촉발"

김정남 2021. 10. 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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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미래 투자 컨퍼런스' 에너지난 화두
유가 100달러 경고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에너지 인플레 일시적이지 않아..더 오른다"
"지나친 환경주의 단기 정책, 초인플레 촉발"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 슈워츠먼 회장
"세계적 에너지 위기, 정치·사회적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조만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이끄는 래리 핑크 회장은 2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당분간 새로운 에너지 인플레이션과 함께 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경고했다. 핑크 회장은 운용 자산이 9조5000억달러(약 1경1000조원)에 달하는 블랙록을 33년째 경영하고 있는 월가의 리더다.

초고유가 경고하는 월가 구루들

핑크 회장은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우리는 새로운 체제에 진입했다”며 “에너지 위기로 인해 현재 높은 인플레이션이 단기간 내에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고도 했다. WTI 가격은 2014년 7월 말을 끝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적이 없다.

최근 유가 급등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1.1% 상승한 배럴당 84.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 13일 당시 배럴당 85.74달러를 기록한 이후 7년여 만의 최고치다. 올해 들어 74.5% 폭등했다. 12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의 경우 이날 배럴당 86.40달러에 마감했다. 가계와 기업 곳곳에 쓰이는 유가가 비용을 끌어올리는 점이 높은 인플레이션의 주범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핑크 회장은 초고유가가 지속할 수 있는 이유로 ‘정책 실기’를 꼽았다. 그는 “탄화수소(hydrocarbon·탄소와 수소로만 이뤄진 유기화합물) 공급 제한과 관련한 지나친 단기 환경주의 정책이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각국 정책이 현실적인 수요 흐름을 무시한채 이상적인 공급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주요 은행들이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대출을 갑자기 끊지 말고 장기적으로 대출을 조절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핑크 회장은 월가에서 ESG 투자의 선봉장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친환경 전환 속도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유명하다.

핑크 회장뿐만 아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 역시 이날 FII 컨퍼런스에 나와 초고유가 흐름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우리는 결국 에너지 부족과 함께 하게 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직면한 에너지 위기는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비용 상승을 수반하는) 에너지 위기는 특히 개발도상국들을 불행하게 할 것”이라며 “정치 제도가 도전 받는 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슈워츠먼 회장이 진단하는 초고유가의 이유는 핑크 회장과 비슷했다. 그는 최근 에너지 공급난을 두고 “화석연료 기업들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자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에 있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 속도조절 필요”

그렇다면 실제 유가 100달러 시대는 조만간 도래할까. 월가 내에서는 그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원유시장은 일단 오는 27일 나오는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원유 재고 결과를 주목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190만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은 부족하다 보니 재고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게다가 원유 공급의 실질적인 키를 쥐고 있는 주요 산유국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기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11월 4일 회의를 통해 생산량을 결정하는데, 추가 증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하루 40만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기존 합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리스태드에너지의 루이즈 딕슨 수석애널리스트는 “에너지 부족이 둔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OPEC+가 증산할 가능성이 낮아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원유시장에서는 딱 적정한 가격 수준인 이른바 ‘스위스 스폿(sweet spot)’을 배럴당 50~60달러대로 보고 있다. 현재 유가는 이를 훌쩍 넘은 수준이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 더 오를 경우 금융시장과 세계경제, 더 나아가 국제사회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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