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백악관 "종전선언 순서·시기·조건, 韓과 관점 다소 달라"

한예경,강계만 2021. 10. 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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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심구상·신념은 일치"
韓 "심도있는 협의 계속"
설리번 안보보좌관
한미 간 종전선언 협상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 직후 속도를 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양측 간 견해차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각각의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시기·조건에 관해 (한국과)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설리번 보좌관과 종전선언 관련 협의를 하고 이후에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워싱턴(18일)과 서울(23일)에서 협의를 이어가면서 논의를 지속해왔다.

설리번 보좌관은 "(종전선언 등) 한국 정부와의 집중적인 논의에 관해 공개적으로 너무 많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최근 한미 북핵수석대표 논의는 매우 생산적이고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전략적 핵심 구상, 억지력과 결합된 외교적 효과에 대한 신념은 근본적으로 (한국과) 같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이 언급한 '순서·시기·조건'에서의 입장 차는 종전선언을 둘러싼 양국의 기본적인 인식 차이에서 기인한다.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이 비핵화 대화의 입구로 미·북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을 설득하고 있지만,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에 북한이 먼저 응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대화를 전제로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미국은 "유엔제재는 국제사회와 약속"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우리 정부는 설리번 보좌관이 양국의 입장 차를 언급하고 나서자 향후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겠다며 논쟁을 봉합했다. 27일 정부 당국자는 "한미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과의 외교와 대화를 우선시한다는 입장이며, 이를 위해 긴밀한 협의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입장 차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이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긴밀한 공조 아래 종전선언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첫 관문으로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미국과 물밑 협상에 나섰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더 이상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종전선언에 중국도 찬성하고 미국과도 대화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이 이중 잣대 철회라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니 결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예경 기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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