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독재자라고?..연습 끝나면 단원들과 친구

오수현 2021. 10. 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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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 츠베덴
"오케스트라 연습은
다이아몬드 세공 과정
매일 치열하게 연주해야
최고 수준 이를 수 있어"
29일 KBS교향악단 지휘
"제가 카라얀 같다고요? 그건 오해예요(웃음). 물론 제가 연습을 엄격하게 시키는 건 맞아요. 하지만 연습이 끝나면 저는 단원들과 친구가 되죠."

세계적인 지휘자 얍 판 츠베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60)이 오는 29일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무대(서울 예술의전당)에 오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츠베덴의 리허설은 강도 높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독재자로 불렸던 지휘 거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 빗대기도 한다. 츠베덴은 곡을 조각조각 나눠 악기별로 반복적인 연습을 시키는 데 주력한다. 작품 전체를 한 호흡에 길게 연습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이 같은 세부 연습은 그가 만족할 수준에 이를 때까지 계속된다. KBS교향악단의 한 단원은 연습을 마친 뒤 "무서운 시어머니 같다"고 했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KBS교향악단 연습실에서 진행된 리허설 직후 츠베덴을 만났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은 모두 악기군별로 세부 연습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요. 이 과정은 다이아몬드 원석을 세공하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어요. 높은 수준의 연주에 이르는 과정은 무척 힘들지만 동시에 굉장히 즐거운 일이에요. 모든 오케스트라는 아주 좋은 악단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 그런 수준에 이르려면 매일 매 순간 치열하게 연습해야 해요."

27일 KBS교향악단 리허설에서 얍 판 츠베덴이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BS교향악단]
그는 지휘자의 역할을 외교 대사(ambassador)에 비유했다. 해외에서 국가를 대표해 각 현안에 대해 조국의 입장과 문화를 알리는 대사처럼 지휘자는 위대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알린다는 것이다. "저는 음악을 제대로 전파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에요. 그래서 어느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든지 무척 많은 걸 요구합니다(웃음). 얼마 전 파리오케스트라와 연주하고 왔는데, 제가 이들에게 요구한 것과 KBS교향악단에 주문한 것은 완전히 달랐어요. 지휘자의 역할은 각 오케스트라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에요."

츠베덴은 KBS교향악단과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독일과 러시아 음악을 한자리에서 들려드리게 돼 기뻐요. 재미있는 점은 프로코피예프 작품은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대한 러시아의 승리를 기념하는 작품이라는 사실이에요. 특히 2악장에선 전쟁의 승리를 만끽하는 러시아 군인들의 춤을 표현하죠. KBS교향악단의 강점은 오픈마인드라는 점이에요. 어제 연습 후 하루 만에 많은 게 달라졌어요. 무척 빠르게 흡수하고 발전하는 오케스트라죠."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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