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이정표 남겨" "빛이 그늘 덮진 못해"..정재계 인사들 '공과' 조명 [노태우 사망]

유정인·조문희 기자 2021. 10. 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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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 무궁화대훈장이 놓여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는 27일 종일 여야 지도부와 대선주자 등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대체로 12·12 군사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무력진압에 가담한 ‘군부 정치인 노태우’의 태생적 한계, 첫 직선제 대통령으로서의 북방외교 성과 등 공과를 함께 짚으면서 고인의 행적을 돌아봤다.

노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조문이 시작된 이날 오전부터 북적였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이명박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법적 사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보낸 조화로 가득찬 빈소로 정·재계 인사들이 속속 들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도 낮12시30분쯤 도착했다.

국가장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밤 빈소를 찾아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고 역사에 기록할 때가 된 것 같다”면서 “유족 측도 고인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 수차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준 것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국가장 결정의) 판단의 근거였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 단체 등에서 국가장 결정에 비판적 의견을 낸 데는 “우리 현대사가 거쳤던 굴곡에 대해서 이것도 한 단계를 넘어가는 그런 일이 아닐까 그렇게 평가하시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이 오전부터 빈소를 찾았다. 이 대표는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그 분의 과를 오롯이 덮고 갈 수 없는 분들도 대한민국에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5·18 무력진압에 사과해 온 유족들의) 노력은 전두환 대통령 일가와 달리 평가될 부분이 있다”면서 “민주화 이후 첫 직선 대통령이었다는 차원에서 현대사에서 큰 이정표 남긴 분이라고 생각하고 추모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고인에 대한 평가가 각자 다를 수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에 큰 족적을 남기신 분”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재임기에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위원장은 “역대 대통령 중 외교에 대해선 커다란 족적을 남기신 분”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고인께서는 파란만장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영욕을 함께 했다”면서 “고인을 대신해 5·18 영령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한 (유)가족에 대해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은 직접 조문하지 않았다. 대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이날 오후 4시쯤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유 실장은 “대통령께서 대신 전해달라는 메시지를 유가족께 전달드렸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슬픔을 당한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는 말씀을 전해드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조문하지 않은 이유는 “일정을 많이 조절하려고 했는데 한·아세안 정상회담이 이어지고 있고 내일 아침 G20 회의를 위한 출국이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등 여권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에게 빛과 어둠이 있고 (그로 인해) 아물지 않은 상처도 있다”면서 “대한민국 국제무대를 넓혔고 남북관계 부분에선 평가받을 부분이 있다”고 공과를 평가했다. 송 대표는 방명록에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구했던 마음과 분단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억한다. 명복을 빈다”고 남겼다. 이 후보는 조문을 마친 뒤 “(고인 행적에) 빛과 그림자가 있다. 그러나 결코 그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한 점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방명록에는 이름과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이날 밤 빈소를 찾아 “노태우 대통령께서는 북방정책을 시행하면서 대북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게 한 분”이라며 “재임 중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한국 사회의 조직폭력배들을 전부 소탕한 큰 업적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빈소에서 “편안한 영면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빈소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씨도 모습을 보였다. 박씨는 “5·18 광주 학살에 책임이 있는 전두환을 비롯한 어떤 사람도 지금까지 사죄 표명이 없었는데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아들을 통해) 그런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오늘 제가 조문 온 것”이라며 “이제 더 이상 어떤 책임이나 이런 것들을 물을 수 없는 시점이 되지 않았는가 해서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사촌처남으로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의원과 노재붕 전 국무총리 등 1980년대 정계를 움직인 인물들은 이날 빈소가 문을 열기 전부터 도착해 일찍부터 빈소를 지켰다. 박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한 진압 문제로 기소되지도 않았고 재판받지도 않았다”면서 “당시 전두환 장군과 노태우 장군이 친했으니 관계있지 않았나 추정을 하는 것이지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고 사실상 관계도 안했다”고 주장했다.

유정인·조문희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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