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향하는 국민의힘 경선 버스..마음 편한 승객은 없다

심진용 기자 2021. 10. 2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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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27일 강원 춘천 GI 강원민방에서 강원지역 합동토론회에 앞서 이준석 당 대표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이준석 대표,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버스가 종점으로 향하고 있지만 후보 4명 누구도 앉은 자리가 편치 않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양강 구도는 접전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당심에서 앞서는 윤 전 총장과 지지율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홍 의원 중 누구도 선뜻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안갯속 판세이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추격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최종 후보가 결정되는 다음달 5일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윤 전 총장은 지지율 하락세가 가장 큰 고민이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더300 의뢰로 지난 25~26일 성인남녀 1008명 대상으로 조사해 27일 발표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5.1% 지지율로 홍 의원(30.7%)에 5.6%포인트 뒤진 2위에 머물렀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지난 13일 발표된 직전 조사(30.1%)에 비해 5%포인트 하락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과 이어진 ‘개 사과’ 논란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는 윤 전 총장 입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 결과는 더 뼈아프다. 윤 전 총장은 35.7% 지지율에 그쳐 45.8%를 기록한 이재명 후보에 10.1%포인트 뒤졌다. 홍 의원이 39.3% 대 41.9%로 오차범위내(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접전을 펼친 것과 비교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전 총장은 최근 당내 중량급 의원들을 끌어모으면서 세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본경선 비중 50%를 차지하는 당원투표에서 격차를 벌리면 여론조사 지지율 하락세에도 선두 유지가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2차 예비경선(컷오프) 전까지 경쟁했던 하태경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당 바깥에서는 광주 4선 출신인 박주선·김동철 전 의원이 윤 전 총장 지지선언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옹호’ 발언 이후 호남권 민심 이반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윤 전 총장 측은 기대한다.

홍 의원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지지율 상승세가 고무적이지만 당심에서는 여전히 윤 전 총장 측에 밀리고 있다. 이날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홍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33.4%에 그쳐 윤 전 총장(50.8%)에게 크게 뒤졌다.

홍 의원은 이날 강원도당 행사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국회의원이 (당원들에게) 누구 찍으라고 하는 것은 국회의원 감도 안되고 답지도 않은 것”이라며 “경선 끝나고 그런 짓한 국회의원들은 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과의 당내 세 대결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현역 의원들이 당원투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경고 메시지이다. 홍 의원은 이날 행사에서 “당심이 민심을 이기려고 들면 그 당은 망하는 정당”이라며 자신의 지지율 우위를 강조했다. 홍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상대후보 측은 한물 간 정치인들만 끌어들이고 있다”며 윤 전 총장의 세 불리기에 날을 세웠다.

당심 쟁탈을 놓고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사이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홍 의원 측은 윤 전 총장이 조직적인 ‘대리 당원투표’를 시도하고 있다며 당원 대상 모바일·ARS 투표에 본인 인증 절차를 도입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투표 방해’라며 일축하고 있다.

홍 의원 캠프 선대위원장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국회 회견에서 윤 전 총장 캠프 경기남부 선대본부장인 이창성 수원시갑 당협위원장이 “문자 투표가 어려우신 분들께서는 연락을 주시면 도와드리겠다”고 당원들에게 문자를 보낸 것을 거론하며 “자칫하면 대리투표·부정투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 측은 이날 이 위원장을 당 선관위에 고발 조치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선대위원장인 주호영 위원장은 앞서 오전 회견에서 홍 의원 측의 본인 인증 절차 도입 요구에 대해 “우리당 지지자들의 선거참여를 방해하기 위한 무모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추격 주자인 유 전 의원과 원 전 지사도 막판 스퍼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SNS에서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유치타의 막판 스퍼트가 시작됐다”며 역전 승리를 다짐했다. 유치타는 유 전 의원의 별명으로 최근에는 ‘유승민은 이재명의 치명타’라고 풀이한다. 갤럽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20.6%를 기록한 유 전 의원은 “윤석열 후보와는 이제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며 “매일같이 구설수에 휘말리고, 시대에 역행하는 후보들에게 실망한 국민과 당원들께서 저 유승민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지지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원 전 지사도 ‘대장동 게이트 1타 강사’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원 전 지사는 이날 강원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백현동 비리에 대해 이재명 후보와 1대1 토론을 붙어 거짓말에 빠지게 하거나, 진실을 실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갈 사람은 원희룡뿐”이라고 강조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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