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아"..대구서 '실패박람회' 개최
[경향신문]
대구에 사는 A씨는 5년 전쯤 보석 가공업체에서 일을 했다. 생소한 분야였지만 그는 1주일쯤 뒤부터 기존 직원들보다 더 많은 주문량도 너끈히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적성에 꼭 맞는 일을 찾았다는 생각에 A씨는 욕심을 부렸고, 일을 서두르다가 실수로 기계를 망가뜨려 버렸다. 동료들의 눈치를 견디지 못한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A씨는 “그때의 아쉬운 기억을 거울 삼아서 지금은 조금 천천히 하더라도 정확하게 하자, 주변을 너무 의식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사람은 누구나 실수나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패의 아픔을 겪은 모든 이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패를 주제로 다루는 이색 박람회가 3년째 대구에서 열린다. 대구시와 행정안전부는 28~30일 온라인을 통해 ‘2021 실패박람회 in 대구’를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힘들고 지친 시민들이 각자의 다양한 실패 경험과 재도전 사례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대구시는 행안부 공모에 선정돼 2019년부터 3년 연속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는 부산과 제주에서도 유사한 성격의 행사가 열린다. 올해 대구 행사의 주제는 ‘실패야 괜찮아, 대구가 안아줄게’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실패라는 어감이 갖는 ‘나쁘다’, ‘끝이다’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라고 본다”며 “이 박람회가 실패와 재도전 사례를 정책이나 제도로 발전시키는 등 지역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패박람회는 가벼운 생활밀착형 주제에서부터 상담 및 정책 제안이 필요한 사례까지 다양한 유형의 실패를 겪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다. 대구시는 행사 기간 중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누구나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시민이 경험한 실패 사례를 바탕으로 재도전을 위한 의제를 발굴하고 시민사회단체·전문가·행정가 등이 함께 토론을 벌여 성과를 공유하는 ‘시민토피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구시는 시민 등의 의견을 제도나 정책 제안에 반영하는 방안도 살피기로 했다.
또 지역 문화예술인이 음악을 통해 시민들에게 재도전을 응원하는 ‘괜찮아 토닥토닥 콘서트’, 다양한 분야의 연사가 자신의 실패와 재도전 사연을 풀어내는 ‘실패 공감 토크쇼’, 시민들이 힘들고 지칠 때 노래로 위로받았던 사연을 소개하고 그 노래를 직접 불러보는 ‘실패 대국민 가요제’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번 박람회가 코로나19로 인해 겪었던 실패와 어려움을 함께 위로하고, 도전과 극복의 용기를 얻어갈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실패 경험이 값진 자산이 되고, 재도전의 밑거름이 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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