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호로 모이는 경기지역 반도체 공장 방류수, 10년 내 하루 평균 90만t으로 늘어난다
[경향신문]
“평택호로 향하는 반도체 방류수가 10년 뒤면 지금보다 3배 늘어납니다. 그만큼 중금속 축적 우려는 커질텐데 아무도 나서지 않아요.”
27일 오전 9시쯤 경기 평택시 고덕산업단지 인근 서정리천에서 만난 김훈 평택환경행동 대표는 최근 경기남부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 증설·신축을 두고 우려를 쏟아냈다.
서정리천은 고덕산업단지 내 공장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를 정화한 뒤 흘려보내는 곳이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나오는 일 평균 6만t에 달하는 방류수도 이 하천으로 내보낸다. 이날 방출구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방류수는 아직까지 온기가 남아 있는지 탓인지 하천에서는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김 대표는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류수에 중금속 일종인 구리 화합물이 녹아있다고 말했다. 구리 자체는 독성이 없지만 일부 화학물과 결합하면 독성을 유발할 수도 있다.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배출하는 방류수는 1일 평균 30만여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이 국립환경과학원의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량조사시스템을 통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연간 삼성 기흥공장은 245.41kg, 삼성 화성공장은 106.86kg의 구리 화합물을 각각 배출했다. 삼성 평택공장과 SK하이닉스 이천공장에서 배출한 양은 이 시스템 상에선 확인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2030년쯤 삼성 평택공장 증설과 함께 SK하이닉스 용인공장 신설이 완료되면 1일 평균 60만여t의 방류수가 추가로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18만명이 거주하는 경기 안성시에서 하루 동안 발생하는 생활폐수 6만t보다 10배 많은 규모다.
문제는 하루 총 90만t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반도체 방류수가 모두 평택호로 유입된다는 점이다. 경기남부권 최대 담수호인 평택호 저수량은 1억2300만t으로 평택·안성·화성 등 9개 시·군 농경지에서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오두호 경기남부유역하천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반도체 공장 방류수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가 진행된 바 없는 상황에서 평택호로 무차별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삼성·SK하이닉스 측은 시민사회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용인공장 폐수 배출 예정지인 고삼저수지 인근에 거주하는 안성 고삼면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주민들은 “반도체 방류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한다면 안성지역 농산물의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할 것”이라며 “지역민들의 건강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방류수 재사용 등을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홍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비용이 들더라도 폐수 재사용 등을 통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단계의 폐수 정화 과정을 통해 (반도체 방류수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며, 법적기준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의 특정수질유해물질을 배출하고 있다”면서 “지역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소통과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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