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희생자 보상기준 마련됐다..정부 "2022년부터 단계적 지급"
[경향신문]
제주 4·3사건 희생자에 대한 정부의 피해 보상기준이 마련됐다. 사망·행불자에 대한 9000만원의 일시급 보상금은 내년부터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제주 4·3 희생자 보상기준 제도화 방안을 27일 발표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지난 8일 긴급운영회의를 열고 행안부의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최종 결정됐다.
행안부는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4·3사건법 개정안에 따라 ‘희생자에 대한 위자료 등 특별한 지원 방안’ 연구용역을 수행했으며 이번에 구체적 보상기준이 정해졌다.
행안부가 발표한 ‘4·3희생자 피해 보상기준 제도화 방안’을 보면 사망·행불 희생자 보상 수준을 1인당 9000만원으로 정했다. 후유장애·수형인 희생자의 경우 장해정도 및 노동력 상실률, 수형 또는 구금 일수 등을 고려해 9000만원 이하 범위에서 위원회가 결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금액은 4·3사건 발생 시기와 근접한 1954년 평균 임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희생자 1인당 일실이익 평균값을 추산해 정한 것이다.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기준은 국가배상법상 사망자 본인 기준 위자료가 제시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보상금을 9000만원으로 동일하게 지급하기로 한 것은 4·3사건이 70년 이상 지나 소득증빙이 어렵고, 임금 통계가 정확하지 않은 데다 차등지급으로 인한 공동체 갈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상을 통한 공동체 회복이라는 입법취지를 고려하는 동시에 희생자 및 유족의 의견을 존중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또 보상기준에는 4·3사건법상의 ‘희생자에 대한 위자료 등 특별한 지원’의 성격을 ‘보상’으로 보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제주 4·3사건 희생에 배상 사안과 보상 사안이 혼재되어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행안부는 또 신청인이 희생자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할 경우 민법상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해 4·3사건으로 인한 피해보상의 종국적 해결을 도모했다. 해당 법에 따른 보상을 받더라도 희생자 개개인의 형사보상 청구 역시 그대로 보장된다.
보상기준에는 희생자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경우 보상 청구권자는 보상 결정 당시의 민법을 준용해 상속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는 내용도 포함됐다. 4·3사건 발생 시기를 고려할 때 희생자들은 1960년 이전에 대부분 사망 또는 행방불명됐기 때문이다. 희생자의 제사를 지내거나 무덤을 관리하면서 유족으로 인정된 4촌이 장기간 보상지연으로 사망한 경우, 이를 물려받은 직계비속(5촌)이 예외적으로 보상청구권을 갖도록 해 상속범위를 5촌까지 확대해 달라는 유족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보상금은 일시급으로 지급하며, 생존희생자·희생자 결정일 등을 고려하여 신청순서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행안부는 신청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했으며 기간은 3년으로 제시했다. 이는 유족들이 가족관계 정정에 소요될 시간을 고려해 신청 기간을 3~5년으로 여유있게 설정하기를 희망한 것을 고려한 것이다.
이와함께 희생자의 사망 및 행방불명 이후 신고된 혼인관계도 인정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희생자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망했거나 행방불명일이 확인되면서 사망일자가 혼인신고 이전으로 정정될 경우 기존의 혼인신고가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희행자와 자녀간의 친자관계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어 기존의 가족관계 효력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5년간 단계적 지급 계획에 따라 2022년 정부 예산안에 보상금을 반영했으며 보완 입법도 적극 지원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 보상기준이 담긴 4·3사건법 추가 개정은 의원 발의 형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제주4·3희생자 보상으로 뒤늦게나마 무고한 희생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다하고 과거사 문제 해결의 전환점을 제시하게 됐다”면서 “남은 입법 과정에서 국회와도 잘 협력해 내년부터 보상이 차질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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