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묵은 숙박업소가 불법이라고?"..제주 관광객도 황당했다

아파트·타운하우스 등 민간주택 불법 숙박업 여전
정상 숙박업소는 물론 투숙객도 피해 우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띵동!띵동!"

"시청 공무원입니다. 불법 숙박업 단속 중입니다"

27일 오전 제주에 타운하우스를 빌려 2주간 머물고 있던 관광객 A씨는 아침부터 딱히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도 시끄럽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가 의아했다.

심지어 상대방은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소개했고 그동안 별탈없이 묵었던 타운하우스가 불법 숙박업이라니 더욱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제주시와 자치경찰단, 제주관광협회 등은 한림읍에 있는 타운하우스 단지에서 불법 숙박업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하고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 있는 타운하우스 6채 가운데 2채에서 불법 숙박이 의심됐다.

이 타운하우스는 모 인터넷커뮤니티에 "신축이어서 깨끗하고 잔디마당이 매력적"이라며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인기있는 숙소라고 소개돼 있다.

그러나 제주시는 해당 타운하우스가 정식으로 숙박업을 등록하지 않은 불법숙박업소로 의심했다.

투숙객이 2주간 제주에 여행을 온 관광객이라고 인정했고 업주는 수건과 이불, 샴푸 등의 숙박용품도 제공했다.

이날 단속반과 마주한 투숙객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관광객들은 불법 숙박업소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때문이다.

한 투숙객은 "굉장히 당황스럽다"며 단속 공무원이 "신고되지 않은 숙박업소"라는 말에 "신고되지 않았다고요?"라고 재차 물었다.

이날 단속에 참여한 공무원은 "오늘 방문한 곳들은 불법 숙박이 의심되는 여러 정황이 있다"며 "불법 숙박업은 단순히 2주간 단기임대를 한 경우가 아니라 해당 주택의 하수처리용량 기준과 숙박용품 제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후로 아파트나 타운하우스 등 민간주택을 불법 숙박업소로 이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8월까지 309곳을 적발해 108곳은 고발하고 201곳은 계도했다.

최근 3년간 도내 불법 숙박업소 단속건수는 2018년 101건, 2019년 396건, 지난해 542건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불법숙박업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숙박업소에 피해를 주고 투숙객 입장에서도 화재나 위생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대를 맞아 관광객수가 회복되면서 불법 숙박업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양선희 시 관광진흥과 숙박업소점검TF팀장은 "불법 숙박업은 세금을 정당하게 내고 허가를 받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숙박업종에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양 팀장은 "특히 투숙객이 안전사고 등을 당할 경우 정상적인 숙박업이나 농어촌 민박 등은 피해 보상 등을 받을 수 있지만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불법 숙박업에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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