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미술 대표 여성화가 최욱경 회고전 개최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 여성화가 최욱경의 대규모 회고전 《최욱경, 앨리스의 고양이》가 내년 2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립니다.

이번 전시는 최욱경(1940~1985)의 예술 세계 전반을 재조명하고, 미술 교육자이자 시인이기도 했던 작가의 전방위적인 활동 이력을 총체적으로 조망하고자 마련된 회고전입니다.

전시는 작가 활동 시기에 따라 4개 공간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미국이라는 원더랜드를 향하여'는 최욱경이 1963년부터 1970년까지 미국 유학을 통해 추상표현주의와 후기회화적 추상, 팝아트와 네오 다다에 이르기까지 미국 동시대 미술을 폭넓게 수용한 시기입니다. 특히 <화난 여인>(1966), <나는 세 개의 눈을 가졌다>(1966) 등 표현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 추상 회화와 흑백 회화 등을 선보입니다.

두 번째 '한국과 미국,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는 작가가 1971년부터 1978년까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활동했던 시기의 작품으로 꾸며집니다. 표현적인 추상미술에서 벗어나 구상과 추상이 결합된 독자적인 200호 이상의 대규모 추상미술 작업을 제작한 시기로 <줄타기>(1977), <마사 그래함>(1977) 등이 소개됩니다.

세 번째 '한국의 산과 섬, 그림의 고향으로'는 1979년에 미국에서 귀국해 영남대와 덕성여대에 재직하면서 경상도 지역의 산과 남해의 섬 등 한국의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을 다수 제작한 시기입니다. 원색의 강렬한 대비와 표현적인 성격이 두드러진 대작이 많았던 1970년대의 작업과 달리, 중간색을 주로 사용하고 절제된 선과 구성을 강조하는 <섬들처럼 떠 있는 산들>(1984), <빨간 꽃>(1984) 등이 선보입니다.

네 번째 '에필로그. 거울의 방: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은 1950년대 초부터 1970년대까지 작가가 제작한 자화상으로 대부분 구성됩니다. 작가는 추상에 대한 다채로운 실험을 거듭하면서도 구상적인 작업을 지속했는데, 이는 자화상이 근간이 됐습니다.

최욱경은 1940년 서울에서 출생해 서울예고와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1963년에 미국 유학 길에 올라 현지에서 화가이자 미술 교육자로서 활동했습니다. 1965년에는 『작은 돌들(Small Stones)』이라는 영문 시집을 출간, 문학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1970년대에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작품 창작과 강의를 병행했고, 「앨리스의 고양이」를 비롯한 시 45편을 수록한 국문 시집 『낯설은 얼굴들처럼』(1972)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1979년부터 1985년 작고할 때까지는 영남대와 덕성여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의 산과 섬을 주제로 한 회화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최욱경은 1980년대에 《상파울루 비엔날레》(1981), 뉴욕에서 《한국 현대 드로잉전》(1981), 교토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전》(1982), 파리의 《살롱 도톤》(1982) 등 해외에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국제 전시에 참여하면서 당대의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았습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최욱경의 화업을 총망라한 이번 회고전은 한국 추상미술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한 작가의 진면목을 살펴볼 기회"라며, "화가 최욱경의 이력뿐 아니라 시인이자 미술 교육자로 활동했던 그의 다양한 활동이 부각되어 국내외에서 최욱경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김석 기자 (stone21@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