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AI]⑥ 수면 리듬을 스마트하게..일주기 리듬 수면 각성 장애와 광치료기를 대체할 가정용 IT 조명 기기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2021. 10. 2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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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서울경제]

잠이 안 올 때 어둠 속에서 억지로 잠을 청하거나, 자면 안 될 시간에 졸음이 쏟아져 애를 먹었던 경험은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이는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20~30대 취업 준비생들, 일과 가정을 병행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중년의 직장인들은 물론, 날이 갈수록 새벽잠이 줄어드는 노인들까지 전 연령대가 흔히 겪는 현상이죠.

위와 같은 수면 리듬을 바꿔보고자 노력했으나 만성적으로 계속된다면 일주기 리듬 수면 각성 장애로 볼 수 있습니다.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은 말 그대로 24시간을 주기로 작동하는 생체 리듬을 말합니다. 하루 동안의 생체 리듬이 사회에서 관습적으로 요구하는 리듬에 맞지 않을 때 이 같은 수면장애가 생기는 것이죠.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일주기 리듬 수면 각성 장애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 지연성 수면위상증후군을 들 수 있습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우리 사회는 보통 아침 7시경 기상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업무를 보고, 밤 12시경 잠을 자는 식의 패턴에 맞춰져 있는데요. 지연성 수면위상증후군은 생체 리듬 자체가 오전 3시에 취침해 저녁 10시에 일어나는 식으로 수면과 기상 시간이 일반적인 시간대보다 늦춰져 있는 경우입니다. 이와 반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전진성 수면위상증후군도 있습니다. 이 같은 ‘종달새형’은 주로 노인층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기상과 수면 시간이 점점 앞당겨지면서 일주기 리듬이 빨라지곤 하죠. 그 외에도 아침저녁 근무 시간이 뒤바뀌면서 찾아오는 ‘교대근무 수면장애’, 시차가 큰 외국에 갔을 때 겪게 되는 ‘시차 수면장애’도 일주기 리듬 수면 각성 장애에 해당됩니다.

일주기 리듬 수면 각성 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선 수면과 기상 시간을 일지로 작성하는 것과 함께 멜라토닌 그리고 심부 체온을 측정하게 됩니다. 우리 몸의 멜라토닌 분비량과 체온은 시간대에 따라 모두 다르며, 이는 수면과 기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멜라토닌은 저녁 8시경에 분비가 시작되어 새벽 3시경 최고조에 도달합니다. 멜라토닌 성분에 잠이 오게 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우리는 위 시간대에 주로 잠을 자게 됩니다. 체온의 경우 보통 저녁 7~8시경 가장 높고, 새벽 5시경 최저로 떨어집니다. 체온이 피크를 찍고 서서히 떨어지면서 우리 몸은 잘 준비를 하고, 새벽 5시경 최저로 체온이 떨어졌다가 깨어나기 전까지 서서히 다시 높아집니다. 체온이 오르면서 잠에서 깰 준비를 하는 것이죠.

따라서 멜라토닌 분비와 체온 리듬을 조절할 수 있다면 일주기 리듬을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바꿔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병원에선 일주기 리듬 수면 각성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멜라토닌 약을 처방하거나 광치료를 권장하기도 합니다. 특히 빛을 조절해 체온리듬에 변화를 주는 광치료는 환자분들이 광치료기를 따로 구입해 가정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도 쉽게 잠을 못 깨는 20~30대 올빼미형은 아침 시간에 빛을 쐬어 수면과 기상 시간대를 앞당기고,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어르신들은 저녁 7~8시 정도에 밝은 빛을 쐬게 하여 전진된 수면 시간을 지연시키는 식으로 사용할 수 있죠.

최근엔 광치료 의료기기에 더 나아가서 인공지능(AI) 기반 조명 서비스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사용자 수면 정보에 따라서 조명이 침대 주변에 두고 자는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수면 활동에 자체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AI 기능이 탑재된 이 같은 스마트 조명이 광치료에서 사용되는 백색광과 청색광을 구현할 수도 있다면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백색광은 빛의 세기에 따라 1만 lux는 30분, 2500lux는 2시간 정도 쐬는 것이 권장됩니다. 반면 청색광, 즉 블루라이트는 빛의 세기와 관계없이 30분~1시간 정도만 쐬어도 충분합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지연성 수면위상증후군이 있다면 아침에 잠을 달아나게 하도록 자신에게 알맞은 시간 동안 백색광을 쐬어 주거나 청색광을 30분가량 쐬는 것도 일주기 리듬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빛을 쐬면서 책이나 신문을 보거나 식사도 할 수 있으니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을 테고요. 이처럼 아침이나 저녁에는 물론 잠을 자는 동안에도 빛을 자체 컨트롤 할 수 있는 AI 조명 기기가 가정에서 활용된다면 일주기 리듬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겁니다. 수면과 기상 시간을 스마트하게 관리해줄 수 있는 인공지능 조명이 머지않아 등장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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