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버린 해빙'에 물범 놓친 북극곰, 순록 사냥꾼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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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은 해양 포유류로 분류된다.
레프 스템프니에비치 폴란드 그단스크대 동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극지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북극곰이 마침내 순록을 사냥할 수 있게 됐다"며 "이런 현상은 해빙이 감소하면서 곰들이 더 많은 시간을 육지에서 보내게 되었고 순록의 개체수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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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 바다로 몰아넣어 사냥하는 모습 첫 영상 포착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 서식 북극곰 먹잇감 전환
북극곰은 해양 포유류로 분류된다. 주식이 물범이고 고래와 바다코끼리 등 바다에 사는 동물을 주로 잡아먹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해빙이 줄자 북극곰은 다른 육상 포식자처럼 발굽 동물인 순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북극곰이 다 자란 순록을 사냥하는 전 과정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은 첫 공식 기록이 나왔다.
레프 스템프니에비치 폴란드 그단스크대 동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극지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북극곰이 마침내 순록을 사냥할 수 있게 됐다”며 “이런 현상은 해빙이 감소하면서 곰들이 더 많은 시간을 육지에서 보내게 되었고 순록의 개체수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스발바르 제도에는 연중 북극곰 300마리가 서식하는데 봄부터 여름에 걸쳐 잡아먹는 고리무늬물범과 턱수염물범으로부터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을 에너지를 섭취한다. 북극곰은 물범의 지방층을 소화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전문 물범 사냥꾼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해빙이 늦게 얼고 일찍 녹으면서 물범을 사냥할 수 있는 시간이 급격히 줄었다. 북극곰은 이에 고래 사체나 죽은 물고기를 먹고 쥐를 사냥하는가 하면 물새 둥지의 새알까지 노린다(▶물범 대신 기러기알 200개? 북극곰의 고민).
그런데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북극곰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해조류를 먹으면서 절박하게 생존하면서 왜 덩치 큰 순록을 잡아먹지 않을까 궁금해했다. 스발바르에서 순록 수컷은 여름이면 체중이 118㎏에 이르고 북극곰과 사는 곳도 완전히 일치한다.
연구자들은 “북극곰이 빠른 순록을 잡지 못한다거나 애초 북극곰이 순록을 먹잇감으로 삼지 않는다고 알려졌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북극곰의 배설물에서는 27%까지 순록이 포함돼 주요한 먹이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연구자들이 북극곰의 순록 사냥을 직접 목격한 건 지난해 8월21일 오후 6시 이 섬의 폴란드 북극 기지 부근에서였다. 젊은 암컷 북극곰 한 마리가 코를 하늘로 향해 냄새를 맡더니 해변 바위 사이에서 이끼를 뜯던 순록 무리를 향해 살금살금 접근했다.
달려드는 곰을 뒤늦게 눈치챈 다 자란 수컷 순록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물속에서 북극곰은 순록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혔고 마침내 목덜미를 물어 익사시킨 뒤 물 밖으로 끌어냈다.
북극곰은 이틀에 걸쳐 북극여우와 갈매기 등 청소동물을 쫓으며 순록의 80%쯤 먹은 뒤 나머지를 돌로 눌러 숨기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이튿날 이 북극곰은 비슷한 방법으로 다른 순록을 사냥해 먹는 모습이 다른 현장 과학자에게 목격됐다.
연구자들은 “사냥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순록을 바다로 몰아간 점”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순록은 북극곰보다 빨리 오래 뛴다.
북극곰은 단거리는 매우 빠르지만 체온이 과열돼 오래 뛰지 못한다. 연구자들은 “바다로 순록을 몬 것은 영하의 물로 과열을 방지하는 효과를 노린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순록이 북극곰에 대한 경계태세가 느슨한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북극 지역에는 불곰과 늑대 같은 대형 포식자가 살지만 이 섬에는 없고 한때 남획으로 순록과 북극곰이 모두 격감했기 때문에 북극곰이 주 먹이인 물범 이외에 순록에 눈을 돌릴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현재 스발바르 제도에는 순록 2만2000마리가 살며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먹이가 늘어 개체수가 증가 추세다. 연구자들은 “(물범 새끼가 태어나 사냥이 수월해지는)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물범이 주요 사냥감이겠지만 순록이 부족한 물범을 보충하는 중요한 먹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순록을 바다로 몰아 잡는 전문적인 기술은 새끼를 통해 북극곰 사이에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은 적었다.
인용 논문: Polar Biology, DOI: 10.1007/s00300-021-02954-w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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