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집권층 잘못이 '국가의 자살' 부른다

기자 2021. 10. 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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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일본의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에 한 편의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의 필자들은 동서고금의 여러 문명을 분석한 결과, 모든 국가가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 요인 때문에 스스로 붕괴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국가가 자살의 길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지식인 계층의 대오각성과 일종의 국가재건운동이 필요하다.

한 국가가 쇠락해 궁극적으로 자살의 길로 접어드는 데 그리 장기간이 걸리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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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1975년 일본의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에 한 편의 논문이 실렸다. 논문 제목은 ‘일본의 자살’이었으며, 국가는 어떻게 망하는지를 설명했다. 수십 년간 잊혔던 이 논문이 몇 년 전 아사히 신문이 인용하면서 다시 유명해졌다.

이 논문의 필자들은 동서고금의 여러 문명을 분석한 결과, 모든 국가가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 요인 때문에 스스로 붕괴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이 찾아낸 국가 자살의 공통적 요인은 이기주의와 대중 영합주의(포퓰리즘)였다. 국민이 작은 이익만 추구하고 지배 엘리트가 대중과 영합할 때 국가는 쇠망한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논문이 발표된 시점이 일본 경제가 한창 고도성장의 정점에 이르던 때였다는 점이다. 물론 집권 자민당이나 기득권층에서는 일단의 이단적인 학자들이 일본 문제를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후 일본 경제는 1985년 플라자협정에 의해 엔화가 평가절상 당함으로써 수출 감소, 부동산 경기 급락에 이어 1990∼2010년간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 일자리 창출과 정부 예산 증액을 내세운 아베노믹스는 결국 일본 재생에 실패했다. 신임 기시다 후미오 제100대 총리는 ‘분배 위주’의 경제정책 운용을 내세우며 다시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하려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일본의 자살’은 아직도 살아 있는 역사적 명제가 되게 됐다.

한 국가가 자살의 길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지식인 계층의 대오각성과 일종의 국가재건운동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제2차 대전 이후 경제발전과 정치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거의 유일한 국가로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모범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일단의 지식인 계층과 유능한 관료 집단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 균형을 잡아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부나 국회 내에서 이러한 균형 감각을 가진 유능한 관료 집단과 일단의 정치인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정부의 최고 지도자들 간에는 정치·경제·안보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인식의 교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난 며칠 동안의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해석상의 혼선은 현 정부가 한국을 쇠락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는 또 하나의 징표를 던져준다.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역대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고, 성장률 전망은 4% 이상으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회 연설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2년간 평균 성장률이 가장 높을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나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경제성장률은 0.3%밖에 안 돼 1분기 1.7%, 2분기 0.8%의 성장률을 고려할 때 올해 성장률 4%의 달성은 거의 불가능한 목표가 되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의 전망치와 한은의 성장률 추계치가 크게 벗어나면 대통령의 발표는 점차 신뢰를 잃게 된다. 무엇보다 문 정부는 부동산 문제나 대장동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정부 스스로 국가를 자살의 길로 몰아가는 것이다. 한 국가가 쇠락해 궁극적으로 자살의 길로 접어드는 데 그리 장기간이 걸리는 건 아니다. 남베트남이나 미얀마, 아프가니스탄의 사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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