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부동산 실정 외면한 대통령

박정민 기자 2021. 10. 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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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여전히 최고의 민생문제이며 개혁과제"라고 언급했다.

연설 내내 치적만을 열거하던 문 대통령은 실패한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짤막한 언급으로 구렁이 담 넘듯 부동산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겠지만 국민의 생계를 위협한 거듭된 실정의 흔적은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이 연설문에 부동산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달리 뭐가 있겠나? 실정에 의한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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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경제부 차장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여전히 최고의 민생문제이며 개혁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다른 말은 없었다. 이번 연설은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안의 당위를 설명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지난 4년 반 동안 국정 전반을 반성하는 성격도 있다. 연설 내내 치적만을 열거하던 문 대통령은 실패한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다”고 실패를 자인하며 사과한 바도 있기에 국민은 이날 뭔가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대통령의 사과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랐다. 이날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를 보면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 원을 넘어섰다. 1년 만에 2억 원 넘게 올랐다. 전세가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사실 문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은 연설 중 한 줄로 처리하기엔 너무나 치명적이다. 배추·무 등 농산물 품목 하나가 수급 불안으로 가격 파동을 겪어도 정책 당국은 국민의 질타를 받으며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다. 부동산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문제는 가격이 농산물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점이다. 수천만 원, 수억 원씩 오르는 집값·전셋값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문 정부 내내 나왔지만 잡히질 않았다. 각종 부동산 세금·금융 규제에 이어 ‘임대차 3법’ 등 반시장 대책만 내놓았다. 부자 다주택자, 투기꾼들이 집값을 올린다며 시장 상황을 호도하는 정부의 발언에는 시장에 대한 이해는 없고 이념에 매몰된 아집만 있었다.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그런데도 당국자들은 “곧 집값이 잡힐 것” “지금 집을 사면 나중에 이자 부담으로 힘들 것”이라는 등의 허언 혹은 협박성 발언만 이어갔다. 오르는 전셋값에 밤잠 설치고, 은행의 담보대출 축소에 쩔쩔매는 서민들의 심정을 문 대통령이 이해한다면 시정연설에서 사과부터 해야 했다.

문 대통령은 짤막한 언급으로 구렁이 담 넘듯 부동산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겠지만 국민의 생계를 위협한 거듭된 실정의 흔적은 지울 수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개발예정지 투기 의혹 사건과 지금의 여당 대선 후보가 개입한 의심을 받는 ‘대장동 사건’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것도 모두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기인한다. 사실 대장동 사건은 이번 정부의 실정을 따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올해 정기 국정감사를 뒤덮었다. LH사건이나 ‘관세평가분류원 유령청사 특공 사건’ 등 기가 차고 어이없는 실정들이 그냥 지나갔다. 부동산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여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으로 곤경에 처한 문 대통령을 구한 셈이다. 아마도 현 정부는 국민이 부동산 실정을 잊어주길 바랄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연설문에 부동산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달리 뭐가 있겠나? 실정에 의한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6개월 남짓 남은 기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자포자기 상태인 문 정부의 행태도 한심하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란 착각 속에 살며 정권 연장만을 갈구하는 정부·여당의 행태로 상처는 지금도 곪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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