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난 고목들..산림청, 대규모 벌채 계획 접는다
탄소흡수 최대시점으로 벌기령 낮추는 조항 삭제
최종 전략안은 아직..합의안 바탕으로 12월 중 발표
환경단체 "구체적 수치 불확실성 남아..계속 감시 필요"
산림청이 ‘30억 그루 벌채’ 논란 이후 민관협의체를 구성한 지 약 석 달만에 산림부문 탄소중립 전략안과 관련한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민관협의회는 합의안을 통해 20~30년된 나무를 베고 새 나무를 심는다는 기존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산림 순환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조림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
강영진 산림부문 탄소중립 민관협의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10분 정부대전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산림부문 탄소중립 전략안에 대한 민간협의회의 합의문을 공개했다. 먼저 산림청은 지난 1월 발표된 기존 전략안에 담긴 ‘30억 그루 나무심기’ 목표를 접고 ‘산림의 순환경영과 보전‧복원’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다만 산림 순환경영과 보존·복원에 따른 벌채 수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산림청은 지난 1월 2050년까지 30년 이상 된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 나무 30억그루를 심겠다는 내용의 전략안을 내놨다. 산림의 탄소흡수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목표였지만, 환경단체 등에서 산림의 생태적 기능은 보지 않고 탄소중립 수단으로만 여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지난 7월 이 문제를 논의할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민관협의체 합의문에는 탄소흡수량이 최대가 되는 시점으로 벌기령(벌채 가능 시기)을 낮추는 기존의 내용과 이 벌기령을 적용하는 탄소순환림을 지정하는 내용은 삭제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1월에 벌채 가능 시기를 낮추는 계획을 내놨는데 이를 삭제하기로 합의를 본 것”이라며 “탄소흡수량 최대 시점을 콕 집어 정해놓진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20~30년 정도로 이야기된다”고 설명했다. 탄소흡수능력이 쇠퇴하기 전에 나무를 빨리 베어낼 수 있도록 정한 당초의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이 밖에도 기존 전략안에 있던 산림 경영 계획이 더욱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고 산림청은 밝혔다. 먼저 무분별한 벌채를 방지하기 위해 경제림 육성 단지과 목재생산림 중심으로 한 산림 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산림에서 얻어진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삼고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분산형 연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탄소흡수원 확충을 위해 유휴 부지를 활용해 숲을 조성하는 등 신규조림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환경단체 쪽에서는 대규모 벌채를 하겠다는 기존 계획이 후퇴한 것은 소기의 성과이라고 볼 수 있지만 벌채 수치나 면적을 비롯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명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 국장은 “산림순환경영을 통해서 탄소 흡수를 얼마나 할지 등 수치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전략이 확정될 때까지 향후에도 민관협의체를 뒤 이은 또 다른 단위들이 지속적으로 산림청의 정책에 대해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산림청의 탄소중립 전략 수정안 발표 시점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산림청은 지난 14일, 21일에도 브리핑 일정을 기자단에 통보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두 번을 연기한 뒤 27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담당자는 “총 2530만톤의 흡수원에 대한 합의안을 마련한 것은 맞지만 세부적·구체적 단계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브리핑을 연기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지난 18일 공개된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 있는 산림흡수원 2530만톤을 맞추기 위해 산림청의 전략이 이미 결정돼 있었다는 주장을 한다.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이 없는데, 흡수원 총량을 맞추려하다보니 모호한 전략이 나왔다는 지적이다. 27일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서 정한 산림 등 흡수원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량은 2530만톤이다.
산림청은 이번 민관협의체의 합의안을 바탕으로 산림순환경영을 통한 탄소흡수량과 바이오매스 활용 비중 등 수치는 다음달 확정하는 최종 전략안을 통해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심의 등 절차가 남아있어 12월 중 최종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민제 최우리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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