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노태우 국가장'에도 분향소 설치·조기 게양 안하기로 결정

강현석 기자 2021. 10. 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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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광주시청.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전직대통령 노태우씨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결정됐지만 광주시는 별도의 분향소 설치나 조기 게양 등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은 27일 성명을 내고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광주시는 오월 영령, 시민의 뜻을 받들어 국기의 조기 게양,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과 김 의장은 “고인은 5·18 광주 학살의 주역이었고 발포 명령 등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진정한 반성, 사죄, 진상규명 협조 없이 눈을 감았다”면서 “국가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시민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40년 넘는 세월을 울분과 분노 속에 보내는 오월 가족들,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행불자를 끝내 외면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 지도자들의 역사적 책임은 생사를 초월해 영원하다”며 “의향 광주만이라도 역사를 올바르게 세우고 지키는 길을 가서 전두환 등 5·18 책임자들의 반성과 사죄를 끌어내고 진실을 밝혀 시대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노씨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국가장장례위원회’를 구성해 빈소 설치, 운구, 영결식, 안장식을 주관한다. 장례비용도 정부가 부담한다.

국가장법에는 국가장 기간동안 지방자치단체와 재외공간은 분향소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조기를 게양해야 한다. 하지만 광주시는 노씨가 5·18민주화운동 학살 책임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만큼 시민들의 정서 등을 감안해 분향소와 조기를 게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한 셈이다.

5·18민주화운동 관련단체들은 지난 26일 공동 성명을 내고 “노씨가 죽었더라도 5·18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노씨는)1979년 12·12군사반란을 일으키고, 5·18 당시 광주 시민 학살에 동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된 노씨는 1988년 5·18을 ‘민주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규정하면서도 ‘5·18때 계엄군이 일방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것이 아니라 사태 수습 과정에서 시민과 군인의 충돌로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것’이라며 책임의 본질을 흐리려 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또 “그의 회고록에서도 사과는 없었다”면서 “아들 재헌씨를 통해 대리 사죄 등 용서를 구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본인의 사죄는 물론 진상규명 관련고백과 기록물 공개, 왜곡·조작된 회고록을 교정하지 않음으로써 끝까지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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