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이 특별하다고?.."인간이란 종의 자연적응 과정"

임형두 2021. 10. 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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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태학자 마크 버트니스 교수 '문명의 자연사' 번역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사상은 철학에서 과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깊고 오랜 영향을 미쳐왔다. 이런 시각에 따라 인간은 인류의 역사를 자연의 역사에서 기꺼이 분리했고, 인간을 '특권을 가진 종(種)'으로, 문명을 '특별하고 창조적인 인간만의 것'으로 생각해왔다.

정말 그럴까? 문명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승리였고, 인간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문명을 이룩했을까?

해양생태학자인 마크 버트니스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이런 시각에 반기를 든다. 그리고 저서 '문명의 자연사'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대담하게 제시한다. 인류 역사를 자연사(自然史)의 관점에서 폭넓게 바라보자는 것이다.

시간에 따른 호미니드의 외형 변화 [까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번 책에서 인류를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을 탄생시키고 진화시켜온 자연의 법칙에 따른 수많은 종 가운데 하나'로, 문명을 '인간이라는 종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해온 과정'일 뿐이라고 단정한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지구 생명체들의 진화와 번성을 이끌어온 '경쟁'과 '협력'의 법칙은 인류와 문명의 발전에도 동일한 영향을 미쳐왔고, 인류 역시 거대한 자연의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진화에서 경쟁만큼 중요한 원동력이 됐던 건 협력의 힘이었다. 따라서 인간과 자연이 지구에서 상호 영향을 미치며 공존하는 관계임을 인류가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협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생존이 걸린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인류 문명을 인간이라는 종이 자연 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하며, 자연사라는 과학의 렌즈로 인류 역사를 새롭게 살펴본다. 이를 위해 농업에서부터 의학, 정치, 그리고 종교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그 산물들이 특정한 환경에 적응하며 발전해온 과정을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들로 설명해간다.

자연사는 개체와 종의 분포, 생식, 죽음, 그리고 각 개체를 둘러싼 자원들과 이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등을 모두 다루는 거대 분야다. 이 자연사를 렌즈로 삼아 인류 문명사를 살펴볼 때는 어떤 요소들이 작용해 진화가 일어나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화 과정에서 경쟁과 함께 중요 축을 담당해온 협력의 힘은 그동안 과학계에서도 간과돼왔다. 생명체들의 협력은 생태계를 다채롭게 구성해왔을 뿐 아니라 세포의 등장, 인류의 탄생, 농업혁명 등 진화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혁신이 일어났을 때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미국 북서부의 퓨젓 사운드 만(灣)에서 온갖 생물이 얽히고설키며 사는 모습에 매료됐고, 경이롭도록 조화로운 생태계의 매력에 빠져 생물들의 협력을 생태학적으로 깊이 연구해왔다. 이토록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경쟁과 협력이라는 쌍두마차로써 문명과 그 산물들을 만들어냈다고 역설한다.

책의 제1부 '생명'에서는 우주의 시작과 생명의 발생에서부터 문명 태동 전까지의 역사를 개괄한다. 그러면서 진화를 이해하고 자연사의 시각으로 문명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주요 용어들인 공생발생과 자기조직화, 상리공생, 공진화 등의 개념과 원리를 설명한다.

제2부 '문명'에선 정착과 함께 인류 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한 역사를 살피는데, 높아진 인구 밀도에 따라 폭력이 증가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인류가 성공적으로 번영할 수 있었던 데는 협력이라는 비결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최근 문명사를 다룬 3부 '운명'은 현재 인류가 처한 문제들의 원인을 진단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길을 일러준다.

다음은 머리말에서 밝히는 집필 취지와 향후 소망이다.

"인간이 전례 없는 능력을 갖추고 그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이 시대에 인간 자신이 이 세계와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모른다면 인류는 어느 순간 맥없이 붕괴될 것이다. 나는 우리가 다른 생물 그리고 이 복잡한 세상에 어떤 식으로 연결돼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깨닫기 바란다.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진화를 순수한 경쟁으로 보는 관점, 즉 한 종으로서의 인간을 해로운 수준으로까지 성장하게 밀어붙였던 그 관점을 바꾸게 되기를 희망한다."

조은영 옮김. 까치 펴냄. 360쪽. 2만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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