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받기로 한 대리모, 남편이 본처와 재결합한 해 쫓겨날 위기 처하자 성폭행 '무고'

이동준 입력 2021. 10. 27. 11:04 수정 2021. 10. 2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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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강간 혐의로 유죄 받은 50대 전 남편은 항소심서 무죄로
뉴시스
 
이혼한 아내를 강간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남성이 7개월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건은 지난 2018년 어느 평온했던 가정에서 시작된다.

A씨(59)는 B씨(43)와 결혼하기 전인 지난 2003년 6월 C씨와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A씨와 C씨의 결혼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부부관계는 좋았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없었다. 다만 결혼생활 16년 동안 자식이 없다는 게 유일한 고민거리였다.

이들은 고민 끝에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한 뒤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A씨는 2018년 9월 한 브로커를 통해 경남 지역에 거주하던 탈북민 B씨를 소개받아 이른바 ‘대리모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B씨가 자녀를 낳을 경우 1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또 계약금은 2000만원으로 하며 임신 확인 시 3000만원 지급, 출산 시 친자확인 후 5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밖에 성관계 횟수와 생활비 지급 계획, 유산 시 재계약 등도 상세히 정했다.

계약 체결 후 A씨와 B씨는 위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중에 B씨는 A씨의 법적 배우자로 자신을 등재해줄 것을 A씨에게 요구했다. 

A씨는 거듭되는 B씨의 요구에 본처인 C씨를 설득해 2019년 4월 협의이혼 신고를 했다. 그리고 약 한달 후인 2019년 5월 A씨는 B씨와 혼인신고했다.

마지못해 B씨와 혼인신고를 하긴 했지만 A씨는 B씨가 자식만 낳으면 C씨와 재결합할 생각이었다. 실제 A씨는 C씨와 가정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이 일로 안방을 차지 하게 된 B씨는 욕심을 더냈다.

B씨는 법적으로 A씨의 배우자가 됐지만 A씨가 혼인 신고 후에도 이혼한 전 아내 C씨를 돌보자 불안해했다.

불안감에 시달리던 B씨는 A씨와 생활하는 모습 등을 찍은 사진을 C씨에게 보냈다. 

또 C씨가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문자 메시지 등을 지속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A씨와 C씨와의 관계를 청산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에게 화를 냈고 이 문제로 이들은 계속 다퉜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를 폭행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결국 B씨와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A씨는 폭행과 이혼 등의 합의금 명목으로 90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고 2019년 8월12일 이혼했다. 

그리고 이틀 후인 14일 A씨는 C씨와 재차 혼인신고를 했다.

A씨는 대리모 계약이 파기됨에 따라 B씨에게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몰린 B씨는 A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했다.

이 사건에 대해 1심은 ‘무죄’를 주장한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되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해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A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즉시 항소하며 7개월 동안의 법정 공방을 벌여 지난 6월 16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인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A씨와 피해자 관계,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피해자의 진술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해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기록을 살피던 중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진술, 제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했다는 공소 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기관이나 원심 법정에서의 각 질문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수시로 변했기 때문이다. 

또 CCTV 영상이 진술이 부합하지 않거나 모순되기도 했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제출된 증거를 모두 면밀히 살핀 결과 B씨의 진술이 허위 진술이라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난 것이다.

김성주 부장판사는 “피해자 스스로도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이후 피고인과 함께 자연스럽게 돌아다닐 수 없을 것이라고 진술하면서도 CCTV 등 증거 자료에 의해 피해자와 피고인이 같이 장을 보거나 커피숍 등을 간 것들이 확인됐다”며 “또 피해자로서는 정상적이지 않게 피고인의 교도소까지 찾아가 돈을 요구하는 등의 여러 행태를 살펴보면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고소해 합의금 명목으로 피고인으로부터 상당한 금원을 받아내려는 목적에서 이 사건고소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로 판단하여야 하는데도.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면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음을 주장하는 피고인의 항소에는 이유가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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